26일 '회계기본법 제정' 공청회…내달 국회 입법 발의 목표
주무관청, 독립부처 회계위원회 신설에 무게
제정권한 주무관청에 존치…회계위에 2차 승인·수정 권고 권한
회계기본법 제정이 내달 국회 입법 발의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을 비롯해 비영리 기관 관련 개별법의 회계를 아우르는 ‘대원칙’을 마련하는 대대적인 작업이다. 지난해 6월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취임 이후 회계제도 개혁 완성을 위해 추진된 회계기본법 제정이 본격화된 것이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회계기본법 제정' 공청회에서는 회계기준법 초안이 제시됐다.
회계기본법 제정의 가장 큰 배경은 국제적으로 현저히 낮은 한국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69개국 중 60위로, 2021년 37위까지 올랐던 순위가 불과 수년 만에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현행 회계관련 법·제도는 기업회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비영리법인·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등에는 통일된 기준이 적용되지 못해 각기 다른 개별 법령과 소관 부처별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회계기준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회계 규율 체계를 하나의 큰 틀 속에서 조정 정비하기 위한 시도다.
현재 영리법인,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상호금융기관, 공동주택 및 집합건물 등 유형별로 회계규율에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비영리법인은 회계규율의 통일성과 명확성이 가장 결여된 영역으로 지적된다.
이날 공청회에서 ‘회계기본법 제정 필요성과 조문 구성(안)’ 주제발표에 나선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논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안태준 교수는 회계기본법 적용범위를 모든 단체(시나리오1)부터 국가, 지자체 제외(시나리오 2), 현재 적용대상만 적용(시나리오3)에 대해 "시나리오 3이 가장 현실적으로 가장 입법가능성에 초점을 둔 방안"이라며 "소규모 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은 시행령으로 배제하는 등 여지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 국무총리실 직속 회계위원회, 회계위원회(중앙행정기관)으로 하는 세가지 안에 대해서는 "회계 기본법을 만들 때 통일성,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기존 단체들의 특수성, 애로 사항을 사실 반영할 필요성도 크다"며 회계위원회(중앙행정기관) 신설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회계처리기준은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회계위원회에 모든 단체의 회계처리기준의 1차적인 제정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한국회계기준원 등으로의 위탁 허용)과 현행대로 단체별 주무관청에 존치시키되, 회계위원회가 2차적인 승인 내지 수정요청(권고) 권한을 갖는 권한이다.
안 교수는 "회계 위원회에 지금의 금융위원회 같은 직접적이고 1차적인 감독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건 아직 무리다. 단체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된다"고 두번째 안을 유력하게 내세웠다.
회계감사는 3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매 회계연도마다의 회계감사의무를 선언적으로만 선언하고, 실시 여부 등은 기존 주무관청 또는 기존 회계 관련 법령의 재량에 맡기는 방안(시나리오1)과 모든단체에 대한 회계감사제도를 외감법 수준으로 규율하는 방안(시나리오2)과 매 회계연도마다 회계감사 실시 의무화하고 1차적인 감독 권한과 책임은 기존 주무관청에 부여하고 위원회가 시정 요청·권고하는 방안(시나리오 3)이다. 안 교수는 3가지 시나리오 중 마지막안에 힘을 실었다.
김미라 실장 " 비영리 관련 개별법 혼재…회계기본법 통해 교통 정리돼야"
김범준 교수 "각 기관 감독기구, 회계 감독권한 없이 업무 감독 쉽지 않아"
엄은숙 이사 "일부 적용은 실익 없어…회계기본법의 판을 크게 깔아야"
송창영 변호사 "공시기준 작성 심사, 감독제재 역할 분담해야"
류성재 금융위 팀장 "별도 부처 쉽지 않아…소비자정책위 참고하겠다"
토론자들은 회계기본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완성도 높은 회계기본법 제정을 위한 다양한 안을 제시했다.
비영리법인을 대표해 참석한 김미라 한국컴패션 실장은 "주무관청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주무관청으로서 회계 위원회 설치안을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주무관청이 설치가 됐을 때 여러 부서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담은 그대로 비영리 현장으로 떨어지게 되는 만큼 회계기본법 실시 이전에 충분한 세밀한 사항들을 각 부처 간의 협의를 통해서 최대한 조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비영리는 영리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감사를 받는데, 감사의 확대는 감사 비용 확대도 동반된다. 특히 재정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법적인 비율을 맞추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회계기본법을 통해 감사비에 대한 부분을 (법적인) 비율에 넣는 것을 폐지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조절하든지 하는 법안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현행 비영리 관련 개별법들에서 회계 기준을 포함해 회계 관련 조항들이 많이 있는데 상위법인 회계기본법을 통해 반드시 교통 정리가 돼야 현장에 혼선이 없다. 특히 중복 보고들이 제거돼야 한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주무관청들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회계위원회 신고와 회계위원회의 시정조치 장치 필요성도 덧붙였다.
김 실장은 "진정한 회계 선진화를 추구한다면 작게는 용어의 통일과 정의를 비롯한 여러 관련된 법령이 함께 전개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로 연관된 많은 세법, 민법을 포함한 각종 연계된 법들의 재정비가 회계 기본법과 함께 다시 검토되고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공익법인 개념도 공설법에서 말하는 공익법인, 또 상증법에서 말하는 공익법인 등,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공익법인 등이 혼동돼 사용되고, 상증법 내에서도 출연받은 재산과 출현재산 용어가 명확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다. 목적 사업이라는 용어도 비영리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법인세법령과 상증령의 의미가 서로 다르게 사용된다. 보조금법에 의한 보조금과 정부 조직법에 의한 위탁 사업의 성격이 다르지만 회계에서는 보조금이란 하나의 용어로 통일돼 사용하고 있는데 구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회계기본법을 만드는 가장 큰 이론적 배경은 수탁 책임이다.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이익을 맡아서 관리하는 사람이 그 이익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쓰고 보고해야 하는 책임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탁책임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 수탁 책임을 위해서는 정보가 유용해야 되는데 이해 가능성과 비교 가능성 두 가지가 전제돼야 된다. 그런 면에서 회계 기본법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시가 일관성 있게 적용돼야 하지만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이 다 다르다. 회계기본법이 만들어지더라도 다양한 조직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조직 구조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독 권한과 관련 "중앙행정부가 별도로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문제점이 있다. 각 기관마다 다 별도의 감독 기구가 있다는 점이다. 감독기구는 업무 감독 권한과 회계 감독 권한 두 가지 권한이 있는데, 회계를 보지 않고 업무 감독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본 원칙과 각론 분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엄은숙 정동회계법인 이사는 다양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산학협력단 회계처리규칙상 장기투자금융자산, 지배권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 지주 회사는 평가하지 않는 문제점, 공공기관의 정관에 있는 기본 재산과 재무제표에 있는 기본 재산 불일치 등 문제점을 들어 모든 게 다 미비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을 하려면 다 들어엎어야 된다. 판을 제대로 쏴야 된다"며 "일부만 해서 적용 가능한 범위를 한다는 것은 실익이 없다. 회계기본법의 판을 크게 깔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는 "회계기본법을 제정·집행하는데 가장 어려움이 될 부분은 감독일 것"이라며 "감리에 따른 조치방안을 가져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준을 각 부처가 만들더라도 승인 권한 등을 회계기준위원회가 갖는 방향을 제시했다.
송 변호사는 "순환보직으로 돌아가는 조직에서는 회계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시의 영역 기준에 부합하게 작성됐는지는 감독기관의 영역에 맞추고 결과를 해당 기관 감독관할기관에 주면 어떤 수단을 취할지 그 기관이 여전히 감독 권한 범위 내에서 수행하도록 하면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재 금융위원회 회계제도팀장은 "회계기본법 제정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규제들을 어떻게 같이 담아낼 것인가다. 특수성을 너무 고려하거나 너무 무시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주무부처 이슈도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별도 부처를 만드는 것은 행안부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정책위원회를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 위원장을 총리로 두고 있는데 이를 참고하면 시나리오 1과 2 사이의 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계처리기준 제정 관련해서는 "주무관청과 사전협의해 회계위원회가 만들거나 반대로 회계위원회과 사전협의해서 주무관청이 만드는 것이 추가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김기영 명지대 교수는 끝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내부에서 회계 부서가 할 일이라는 반발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재무보고 통제제도로 범위를 확장해 회계기본법에 담는다면 기업 내부에서 회계정보 생산에 있어 내부통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