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은 속앓이를 하고 그것을 알고 있듯 바람은 마실을 갔다 늘 지나던 길목에 딸그락거리는 한 켤레 구둣발 소리만 바람이 돌아올 때쯤 그 하늘은 말문을 열었다 아, 소복을 한 천사다 아, 천의 얼굴이다 송이송이 토해내는 메시지를 받아 한 페이지 계시록을 만든다 눈 내리는 이 겨울에 우리 그랬던 것처럼 어린 아이들의 꿈도 영글면 좋겠다 우리 그랬던 것처럼 가난한 이를 위해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우리 그랬던 것처럼 슬프고 고뇌하는 이를 위해 기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그랬던 것처럼 옹기종기 포장마차 속 덕담과 웃음이 넘쳐나면 좋겠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우리, 우리가 아, 이 커다랗고 하이얀 성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