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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인터뷰]취임 100일 맞은 임향순 한국세무사회장

"간편납세제 납세비용부담 더 늘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간편납세제 도입은 반세기동안 지속돼온 복식장부에 의한 근거, 실질과세의 기반을 흔들 뿐 아니라 조세형평성 문제와 4대 사회보험 재정확보 저해 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이 제도 도입은 부적절하다. 특히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장부제도는 매입·매출·경비 등을 납세자 자신이 혼자서 기입하는데 이를 누가 검증(檢證)할 것이며, 100% 노출시킨다는 기준(基準)과 근거(根據)는 무엇인가?"
林香淳 한국세무사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5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6일 재경부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2005년 세법 개정안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간편납세제 도입 여부를 놓고 세무사계와 정부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林 회장은 "정부가 현행 간이과세제도를 축소, 폐지정책을 추진하면서 납세편의를 위해 간편납세제도를 추가로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과 상충된다"며 제도 도입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林香淳 회장과의 一問一答.


 


-현 상황에서 간편납세제도 도입이 왜 부적절 한가?
"OECD 회원국의 과세자 비율은 80%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50%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자영사업자의 소득파악과 중소법인의 회계투명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할 시점에 간편납세제도 도입은 '어불성설' 아닌가. 따라서 이 제도 도입은 부적절하다."

-매출액기준의 적용범위 설정에 문제 없는지?
"그렇게 할 경우 일종의 예외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외형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의 상당수 납세자가 복식부기를 포기할까 심히 우려된다. 나아가 사업자는 성실납세의무에 대한 도덕적 해이로 과소신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부가세법상 간이과세특례제도도 탈세(脫稅)수단으로 계속 악용되고 있어 지하경제를 양성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자장부 성실성 검증 불가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장부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전자장부 작성대상은 매출액이 일정규모이하인 성실 중소사업자로 되어 있다. 그리고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중소사업자에게 적용한다고 한다. 이에 따른 혜택으로는 재무제표(대차대조표) 및 외부조정계산서 제출의무를 면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혼자서 입력하는데 투명입력이 되겠는가. 이는 마치 감독관(監督官)없이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을 보거나 컨닝을 예사롭지 않게 할 것 아닌가. 시험 감독관이 창밖을 보고 있을지언정,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는가. 특히 성실납세자와 불성실납세자를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세무사(稅務士)의 조력을 받아야 잘못될 경우 세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방법으로 성실성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는가?"

-간편납세제도가 납세자 권익보장과 국세행정에 어떤 문제가 되는가?
"이 제도는 납세자의 재산상 손실에 대한 보장이 미비하다. 현행 제도는 세무사의 조력을 받지만, 간편납세제는 납세자 스스로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납세자가 세금을 적게 납부하려다 화를 자초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일 소지가 크다. 이는 세무과실에 대해 세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가 있지만, 납세자는 그 과실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무대리인의 불복청구 대부분은 사전 세무조력을 받지 못해 재산권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납세협력비용은 결국 국민 재산권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세무대리질서 문란을 초래한다. 이는 간편납세대상자에게 외부조정계산서 제출 및 세무조사 면제라는 특혜를 제공하게 돼, 조세 전문성을 검증받지 못한 불법 세무대리인을 양산하고, 국민의 권익보장과 원활한 세정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세사업자 납세협력비용 이중부담
-전자장부제도를 도입할 경우 세무처리의 간편성과 실효성 여부에 의문이 있다는데….

"현재 간편장부 대상자와 간이과세자의 신고를 세무사가 대행하고 있다. 정부의 전자장부는 감가상각비, 접대비, 기부금 등의 과세자료 등으로 계산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장부조직만 복잡하고 불편하게 될 뿐이다. 결국 회계·세무의 지식이 없는 영세사업자는 전자장부 작성을 위해 조세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는 이중의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재경부가 국세청에 전자장부 개발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국세청에서도 이를 꽤나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세청에 의한 전자장부 프로그램 무상공급의 문제는 계속적인 무상 업그레이드와 시스템 A/S 등 새로운 조직과 예산을 필요로 해 문제다. 나아가 전자장부 컨텐츠(거래자료, 결산, 납부세액 계산, 전자신고 등)의 한계를 노정시켜, 거래자료만 입력하는 수준의 전자장부 프로그램은 무용지물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모든 컨텐츠가 담긴 시스템 운용 능력은 영세사업자에게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전자장부는 간편납세제도의 핵심임에도 불구, 이론적 기반이나 타당성에 대한 검증없이 이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가 바라는 기대효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으로, 적잖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혹 떼려다 더 붙인격 될 듯
-간편납세제가 정말 간편할까요?

"전자장부제도를 도입할 경우 신빙성 문제가 거론된다. 이를 위해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의 증빙을 갖출 경우 근거자료로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납세자 입장에선 이러한 조항들이 들어갈 경우 간편납세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한 것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간편신고제도의 기본취지가 납세자들이 세무에 신경쓰지 말고, 사업에만 전념하라는 의미일 텐데 이렇게 될 경우 나중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 아니겠는가.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꼴이 된다. 그래서 이 제도는 간편납세제의 근본취지에 역행하는 그런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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