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해방이후 지금까지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겪으면서 변화와 발전을 이룩했다. 경제적으로는 자원 빈국이면서도 고도의 경제성장을 단기간내에 이룩했으며, 정치적으로는 수십년간의 권위주의체제로부터 민주국가로의 전환을 이뤄냈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과 월드컵대회를 훌륭하게 치러낸 바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기적이라고 일컫는 이러한 경제적·정치적 발전의 이면에는 계층간 갈등과 각종 차별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정우
청와대정책기획위원장
청와대정책기획위원장
국가발전이란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룩돼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바, 경제발전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이 참여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사회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자문기구인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를 구성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모두 통합·포용할 수 있는 사회정책을 입안, 추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조세가 우리 사회의 계층간 화합을 이룩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평한 세부담을 통한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세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공공지출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민간으로부터 아무런 반대급부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수입'으로 정의된다. 이는 세금은 그 납부의 형태, 방법, 시기 등에 있어서 구속력이 적용되며, 국가가 납세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의 크기는 개인이 납부한 세금액과 일반적으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국방, 치안, 행정, 교육, 사회간접자본 등 국민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유형·무형의 공공재를 공급한다. 이런 의미에서 납세자는 반대급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재로부터 받는 편익이 간접적·무형적·비금전적이며, 납부한 세금에 비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국민개세주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세원을 투명화해 세부담의 수평적·수직적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국민의 자발적 납세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상거래에서 현금수수관행이 뿌리박혀 있고 장부기장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과세 인프라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해 근로소득자와의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과세당국의 오랜 숙제였다.
공평세정·국민통합 견인 기대
국민의 자발적 납세의식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근거과세의 인프라가 확충돼 정확한 근거에 의해 정부의 조세철학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세부담을 지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합소득세 총 납세의무자 416만명 중 과반수인 약 212만명이 과세 미달자에 해당하고, 과세자 중에서도 장부기장자의 비율은 약 45%에 불과하며, 부가가치세 신고인원의 약 40%가 납부면제자인 사실은 우리나라 과세기반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한 과세기반은 세부담의 불공평성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는 4대 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제도의 신뢰성을 저해한다.
이러한 면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공평한 세부담에 기초한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입법과정에서 조세의 부담이 공평하게 국민들 사이에 배분되도록 세법을 제정하고, 세법의 집행과정에서 공평부담의 이념이 실현되도록 해석·적용해야 한다. 조세정의는 분배적 정의의 문제이며, 이는 세법에서 조세부담 공평의 원칙으로 구현되며, 이는 다시 수평적 및 수직적 공평성으로 나뉜다. 수평적 공평성은 경제적 능력이 동일한 자는 세부담에 있어서도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수직적 형평성은 더 큰 경제적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조세정의는 평균적 정의의 개념에 기초를 두면서 분배적 정의의 실현에 목표를 두고 있는 공평의 개념이라고 할 수가 있다.
모든 사업자들이 장부를 바르게 쓰는 것은 사업자의 매입과 매출을 투명하게 기록해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조세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국세행정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참여정부는 장부 기장의 중요성을 인식해 2003.5.9 국정과제보고회의에 상정한 '조세정의 구현을 위한 참여정부의 세원 투명성 제고 전략'에서도 기장의무자를 확대하기 위한 내용을 주요한 과제로 담고 있으며, 참여정부가 끝나는 2007년에는 장부기장 비율이 70%에 도달하도록 하여 선진국형 납세환경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이러한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납세자들과 세무대리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더욱 중요하다. 금번 한국세정신문이 범국민캠페인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부를 바르게 씁시다' 운동은 이러한 점에서 국세행정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본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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