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변화속 대응능력 키워야 / 공평한 법집행으로 납세자 신뢰 확보
TIS 의존말고 실력 배양 / 현실감있는 행정전개 주력
▶직원 정원과 조직 확대 등에 대한 평소 견해와 명퇴제, 복수직 서기관급 등의 사기진작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정부조직 가운데 국민의 세입을 담당하는 국세청은 정예조직이 돼야 한다. 물론 서비스 개념도 포함해야 한다. 즉 세입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납세서비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선 조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국세청은 다른 조직에 비해 정원이 좀더 늘어나야 한다. 기획관리관 때 납세자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세무서와 지방청을 증설하는 주무국장으로 일했었다.
명예퇴직제도는 안무혁 청장이후 만들어지고 정착됐다. 사실 국세청 조직은 피라미드 조직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서기관급 등이 제일 적은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정년을 앞당겨 후진을 위해 용퇴하는 전통이 생긴 것이다. 이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으나,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져 있다. 이러한 용퇴전통은 후진들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복수직 서기관급의 경우 이는 정부차원의 고육책이다. 서장을 한번씩은 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는데 승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이는 조직 전체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문제다. 이용섭 청장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우리 국세청은 상위 직급이 적어 집행관서로서의 핸디캡이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방만한 조직보다 정예조직이 돼야 한다. 다른 정부조직의 경우 방만하게 운영되는 면이 많다고 본다. 그에 비하면 국세청은 너무 알뜰하게 짜여져 있다.
▶납세자의 날 제정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는?
='66.3.3 이낙선 청장 시절 '세금의 날'이 정해졌고 그뒤 '조세의 날'로 바뀌었다. '조세의 날' 징세권자의 입장에서 본 표현이어서, 납세자에게 친절하자는 취지에 맞게 명칭을 '납세자의 날'로 바꿨다. '99.3.3부터 납세자의 날로 바꾸자고 했으나 유관기관은 더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부터 바뀌었는데, 당시 세정혁신단장이 韓相律 現 서울청 조사4국장이었다.
▶서울청장 재직시절 세수확보를 위한 행정 전개상황을 설명해 주시지요.
='97년 서울청장으로 재직시 그 해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며, 경제의 동맥경화증 현상이 나타났고 또한 부실 종금사에 의한 경제왜곡현상이 심화돼 결국 IMF가 발생됐었다. 나아가 경기침체 등 어려움이 가중돼 세수확보에 큰 차질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도있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불평없이 세금을 납부해 줘 당시 7개 지방청 중에 서울청만 유일하게 세수를 초과달성했다.
IMF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세금을 잘 내준 기업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본청장 재직시에 한국은행(韓國銀行)을 최초로 조사하고, 공기업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분위기와 결과를 말씀해 주시지요.
='98년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때였는데 당시는 국가신용도가 안 좋았다. 금리는 30%가 넘었고 기업이 줄도산을 했으며, 국가가 실업수당을 지급하던 때였다. 그래도 국세청은 어떤 방법으로든 세입확보를 해야 했다. 따라서 소위 그동안 조사를 받지않고 있던 한국은행과 일반 공기업 및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호화·사치생활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 당시 공기업은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또한 건국이래 한국은행은 처음 조사하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유관기관에 제시한 결과 국가적으로 추진하던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한국은행 조사는 한승희 사무관(現 OECD 주재관)이 했는데, 한은측에서 국세청이 제대로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사무관이 영어도 잘하고, 회계논리도 해박해 엄정한 조사를 실시하자 꽤나 놀라워했다. 결국 국세청의 조사는 한국은행이 자체 구조조정 노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건교부 장관 재직시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또는 주요 역점 추진업무 등을 소개해 주시지요.
=건교부 장관 재직시에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SOC사회투자 간접자본 확충에 주력했다. 이 때는 크게 세가지(인천 신공항 건설, 고속철도 KTX관련 마무리,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조정 등) 주요 역점업무가 있었다.
우선 인천 신공항 건설과 관련, 장관으로서 인천 신공항을 자주 방문했다. 그 때 공법 중 방수처리와 관련해 신공법인 벤트나이트 공법이 최초로 도입됐었다. 당시 화물터미널과 연결되는 지하도에 지하수가 고여 있었는데 실무자들은 결로현상(이슬이 맺혀 물이 뚝뚝 떨어짐)이라고 했다. 물론 바닷가와 기온 차가 심해 생긴 현상이었다고는 하나, 내가 손으로 찍어서 맛을 봤다. 그런데 고여있는 물에서 짠맛이 났다. 그러자 옆에서 수행하던 관계자들이 난리가 났다. 실무자들에게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 당장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뒤 누수현상은 완전하게 해소됐다.
두번째로, 2000.12월 고속철(KTX) 시승을 해보니까 시속 300킬로이상 속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불란서는 평야여서 별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3분의 1이 터널이고, 또 3분의 1이 교량이다. 우리나라도 기술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으나, 여러번 시승했을 때 앞부분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뒷부분이 흔들렸다. 이때 실무진에게 같이 시승을 해보도록 하고 이를 즉각 시정토록 했다. 프랑스의 알스톰사와 이후 수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흔들림 현상을 바로잡았다. 만약 이러한 흔들림을 시정하지 않고 고속철을 개통했더라면 큰일이 날뻔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조정문제다. 개발제한구역은 박정희 前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 놓은 환경보호 등의 측면에서는 좋은 제도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했으나 이를 그대로 존치함으로써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시 언론매체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정책적으로 도시화된 곳은 적극 해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해 그렇게 해제했다. 다만 보호할 곳은 더욱 강하게 그대로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제한구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에 대비한 공직자로서의 역할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요.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국세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경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울타리속에 있다. 우리 독자적으로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고유가에 원자재 값의 상승, 선진국인 일본과 후발도상국인 중국 등과 경쟁 등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해왔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세청은 안정적 세수확보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면서 세금만 징수하는 것보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즉 국세청은 세계경제속에 국가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일정한 역할이 있다.
물론 세원 양성과 보호의 책임도 있다. 이러한 역할수행과 함께 세계가 급변할 때 변화하는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도 역시 국세청 업무 중 하나다. 특히 법 집행은 공평하게 해야 한다. 일례로 똑같은 조건하에서 A는 세금을 무겁게, 또 B는 가볍게 매긴다면 공평성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그러면서 세원을 고갈시켜서는 안된다. 참 어려운 얘기이긴 하지만, 국가가 일정하게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그러니까 납세자에게 양보할 것은 공평하게 해야 한다. 물론 상당히 어려운 얘기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조건에 있을 때 똑같은 대우를 받기 원한다.
국세청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이 되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로부터 믿음(信賴)을 받는 조직이 돼야 한다. 따라서 "국세청이 하면 틀림없어" 바로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한다. 국세청은 가장 전문화된 집단, 가장 능력있는 집단,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집단이 돼야 한다.
물론 현재 상황속에서 이러한 조건을 다 실현시키기에는 조금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그런 명예와 전통을 지켜나가야 한다. 현재 국가 빚이 200조원이 넘는다. 국세청의 기본임무는 안정적인 세입 확보다. 납세자와 국민이 불평없이 스스로 세금을 납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성실자납환경 조성은 청장뿐만 아니라, 일선 납세자, 직원까지 모두가 소명의식(召命意識)을 갖고 해야 한다.
▶국세청 후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최근 TIS(국세통합시스템) 실시이후 너무 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TIS에 모든 정보와 살아 있는 자료를 입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실감있는 정보, 현실감있는 행정을 전개하는데 좀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아가 납세자들이 전문지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고로 국세공무원들은 좀더 실력을 배양해야 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와서 보니까, 이 점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실력을 안 갖추고 TIS만 너무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 납세자들이 국세청을 가볍게 볼 수도 있다.
국세청은 국가조직의 최후의 보루다. 세정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이 안 선다. 공무원은 '나는 재수가 없으니까'하고 탓하지 마라. 대개들 관운(官運)을 타고 난다고들 하는데, 그러나 그런 생각을 버려라. 타고난 운명(運命)을 본인이 개척을 해야 한다. 70%의 자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30%만 더 노력하면 100%가 된다. 그런데 노력을 하지 않으면 타고난 자질 그 70%도 날아가 버린다. 항상 땀 흘리고 노력을 하는 후배들이 돼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