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3월경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조세분야 전반에 대한 기획과 입안 등에 잔뼈가 굵은 李庸燮씨(당시 관세청장)가 제14대 국세청장에 임명되자 정·재계는 물론 세정가, 회계사, 세무사계조차 깜짝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세정가, 즉 국세청 사람들이 가장 큰 충격(?)에 휩싸였었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것은 내부에서 청장이 나올 것으로 여겼던 기대가 너무 컸었기 때문에서도 비롯됐지만, 당시 하마평(下馬評)에 오르내리지 않았던 현 李 청장의 발탁은 세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李 청장이 세정혁신을 모토로 2년여동안 이뤄놓은 업적은 지대하다 못해 실로 다양하다. '人事가 萬事'라고 했듯이 李 청장 체제하의 인사분야는 그가 화두로 내세웠던 납세서비스, 조사분야 등과 함께 삼각축을 이루면서 취임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정가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인사분야에 있어서 李 청장은 역대 청장들과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5∼6개 직급에 대한 희망근무지를 받는다거나, 다면평가제 등의 시행은 제도 자체가 최초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를 현실에 반영했다는 점이 남다르고 독특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인사라는 것이 아무리 잘해도 50점이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적극 고려한다면, 그동안 큰 잡음없이 이뤄진 국세청 인사는 예측 가능성과 정체성이 확고히 자리매김된 셈이다.
그러나 명퇴제도의 경우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아직 상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해 여전히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李 청장이 이룩해 낸 업적이 워낙 지대해 현 시점에서 명예퇴직제도에 대한 언급은 그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다만 이 문제는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청장이 의욕과 힘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인사문제와 관련 李 청장의 조직기여도는 역대청장에 비해 그 공헌도가 커 국세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5개 세무서(노원, 시흥, 고양, 동안양, 동울산 등)의 신설을 비롯해 ▶국세청 본청에 사무관 계장급 30여 자리의 신설과 ▶5급 사무관급 100여 자리의 확보 등은 실로 위대한 조직확대 개편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李 청장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5개 세무서 신설은 말이 신설이지 사실상 증설로 봐야 한다. 실제로 세무서 1개소를 신설하기 위해선 예산확보도 어렵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과 물심양면의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오죽하면 세무서를 수십개, 그것도 하루아침에 없애기는 쉽지만, 만들기는 너무도 어렵다는 말들을 하겠는가.
나아가 국세청이 사무관 계장급에 의해 업무집행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李 청장의 본청 계장급(5급) 30자리 확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6급 고참 공무원들의 평생 소망이자 희망사항인 5급(사무관급) 승진 TO를 대여섯자리도 아닌 무려 100자리나 확보했다는 점은 국세청 인사전통과 조직확대 개편 중에서 백미(白眉) 중에 최고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이밖에 대전·광주·대구·부산청 등에 3급 부이사관급 국장을 근무케 함으로써 중앙행정의 기획력과 업무추진력을 이들 각급 지방청에 자연스럽게 전수시켰다는 점은 눈에 띄는 행정조치이자, 탁월한 용병술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이같은 조치는 지역 관계자들의 입장에선 지방청 국장 근무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기도 해 지역 관계자들의 속내를 시커멓게 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하고 있는 인사조치로 풀이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경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부분이어서 쉽게 단언하긴 어렵지만 말이다.
아무튼 李庸燮 청장의 조직기여도, 용병술, 조직 개편 등에 따른 조직사랑은 그 족적을 크게 남기고 있고 국세청 직원들에게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게 세정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