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법인세 신고·납부를 앞두고 국세청이 최근 개정한 '외부조정계산서 작성대상 법인과 관련된 고시' 문제와 관련, '납세자 세부담 완화냐, 아니면 세무사의 업무영역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냐' 여부를 놓고 국세청과 세무사업계간에 說往說來가 한창이다.
쟁점 뭔가? 이와 관련, 일선의 한 원로 세무사는 "이번 외부조정계산서제도 개정으로 5억원미만 영세법인과 함께 非영리법인 역시 제외됐다. 비영리법인은 약 5만여개에 달하는데 이들의 경우 세무관리가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재벌들의 상속·증여세 탈세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는 문화재단 등 비영리법인에 대한 세무조정이 삭제된 점은 세무관리상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무조정을 적지 않게 맡고 있는 한 회계법인 대표와 원로 및 중진 세무사들은 "도대체 이 업무가 왜 삭제됐는지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은 또 "영세납세자의 가산세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아니고, 세무관리상에도 꼭 필요한 절차인데 그 업무가 삭제됐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국세청 출신인 某 세무사는 "재직 중에도 비영리법인에 대한 관리가 그리 잘 돼 있지는 않았던 게 현실"이라면서 "학교법인, 의료법인, 종교법인, 종친회, 동창회, 향우회 등을 비롯, 특히 문화재단의 경우 대표적인 증여수단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 아니냐"며 이들 비영리법인에 대한 세무사의 외부조정이 배제된 점은 세무관리측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계했다.
일선 세무사계 입장 이와 관련, 일선의 한 세무사는 "우선 이번 3월말 법인세 신고대상의 경우 전체 법인 33만개 중 97.4%가 12월말 결산법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 53%가 5억원미만 법인"이라고 전제하고 "이는 국세청의 진경옥 서기관이 지난번 부산지방세무사회 회원교육 당시 공식적으로 밝힌 사안"이라고 확인, 이번 3월 법인세 신고·납부이후에 나타날 세무사 회원과 조정을 의뢰하고 있는 영세법인들의 반응이 꽤나 걱정됨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세무사는 "우리 회원들이 그동안 국세청이 고시를 여러차례 개정했어도 특별한 변동이 없어 별로 신경을 써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에 외부조정계산서 작성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얼마전 서남아시아일대의 '쓰나미'처럼 우리의 업무영역이 쑥대밭이 된 것이나 진배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중진 세무사도 "서남아시아 지진해일은 일회성으로 그칠 수도 있고, 복구를 할 수도 있으나 외부조정계산서 작성대상 제외의 건은 거의, 아니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는 자다가 벼락을 맞은 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세무대리질서 이완현상 일선 세무사들은 일단은 이번 3월말 신고 납부를 치르고 난 뒤, 양산된 문제점을 놓고 향후 대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세무조정이 강제적 조정에서 갑자기 임의적 조정으로 가게 돼 이번 법인세 신고수준(내용)이 엉망이 될 것이라는 반응.
이에 대해 일선의 한 세무사는 "그렇게 되면 국세청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런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꽤나 난감한 일이 될 것"이라면서 "대부분 세무사사무실의 사무장인 경영지도사들이 개입돼 이들이 별도 세무컨설팅 사무실을 차려서 기장을 들고 나가 버리게 될 경우, 세무대리 질서가 엉망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라고 말해 그동안 유지돼 오던 세무대리 질서의 이완현상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세무사업계가 우려하는 부분 이와 관련, 한 세무사는 "외부조정의 경우 그동안 5억원미만이라고 해서 전부 조정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는 조정대상이 아닌 것도 있으나 17만개에 달하는 5억원미만 법인의 구분이 애매해 전부 세무조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제 이들 5억원미만 법인이 모두 빠져버리니까 문제이고, 물론 금년 한해는 우물쭈물 조정하고 조정료를 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나, 만약 납세자들이 이를 알고 항의를 하거나 조정료를 깎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작년의 경우도 서울시내 변두리와 인천·수원 등지에서는 일부 회계사들이 조정료를 5만원 받겠다고 판촉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이로 인해 우리 회원들이 적잖게 피해를 입었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 경영지도사들까지 끼어들어 조정료를 아주 값싸게 받으면, 그나마 기장대리마저도 경영지도사에게 뺏겨 우리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 등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우리 세무사들이 조정할 것이 무엇인가? 5억원미만 법인과 비영리법인, 농·수·축협 등이 다 빠져 버려 결국은 나중에 20∼30만원을 받고 작성해 주던 조정료의 경우 임의조정이 되고, 심지어는 5만원 주고 기장자를 바꿔버리는 문제가 발생된다"고 말했다.
세무사업계가 침묵하고 있는 이유 사실 이 문제가 세무사들 사이에선 보통 큰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방회장과 원로, 중진 세무사들의 반응은 왜 이리 조용할까?
이는 다음달 세무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최근 현 회장과 집행부가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는 등 안팎으로 좋지 않은 모습들이 있어 내부 회원들끼리 단합을 해도 모자란 판에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신성한 토론과 발전적인 대안들이 이뤄져야 할 세무사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경우에도 온갖 비방과 욕설이 난무해 전문자격사로서, 나아가 사회적 엘리트 집단인 세무사회가 대내외적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부 의견에도 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세무사회 집행부는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회를 이끌어 가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진정 가산세 부담이 문제인가 국세청이 강조하는 영세법인의 가산세 부담 완화에 대해 세무사들의 주장은 상반된다.
이와 관련, 한 중진 세무사는 "가산세는 그전에도 있었고 신고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세무조정계산서 등과 기타서류제출 등이 필수였다"며 "종전에도 이를 제출치 않으면 무신고 가산세 부과는 당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3.12월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이는 다시 가산세를 매긴다는 확인규정에 불과할 뿐이지 달라진 게 없다"면서 "가산세 부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5억원미만 법인의 경우 가산세를 매긴다 해도 4∼5만원에 불과해 결국 납세자 입장에선 30만원을 주고 조정계산서를 작성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4∼5만원의 가산세를 물고 말게 된다"고 국세청의 개정고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적지 않은 세무사들이 점심을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도했다"는 한 원로 세무사는 "경영지도사나 일부 회계사들이 3∼5만원으로 조정료를 요구할 경우 덤핑이 우려되고 세무대리질서가 곧바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는 결코 국세청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 가산세 부담이 문제인가 이는 영세법인은 대부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무사가 권장·안내·지도를 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축구공에 바람이 빠지듯 세무대리질서가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세무사는 "국세청이 자꾸 영세법인의 가산세 부담 얘기를 하는데, 조정력이 저하되면 결국 납세자가 잘못될 경우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돼 문제"라며 "국세청이 이 단체 저 단체, 즉 이래저래 다 봐주다 보면 세무관리와 세수조달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해 나라재정 충달에 구멍이 날 것을 우려했다.
한 원로 세무사도 "국세청은 세무사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세무사가 국세청에 협조하고 조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고, 납세자에 대해 세부담 등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납세자의 세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역할이 세무사에겐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을 국세청이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