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담은 공직자윤리법이 지난달 29일 공포되자 세정가에서도 이 법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취업심사대상 확대, 업무관련여부 판단기간 5년으로 확대, 법 위반시 제재 강화, '1+1 업무제한' 등 공직자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공직 퇴직 후 사회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 셈법이 한창이다.
지난달 법안이 공포되자 일부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법 시행일인 10월30일 이전에 명예퇴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우려도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분함'을 되찾아 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좀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시행령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섣부른 판단보다는 좀더 기다려 보자"는 기류가 강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공직자윤리법이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강력 추진된 것이지만, 국세공무원 입장에서는 지방국세청장급 이상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의 취업 및 업무 제한이 가해질 뿐 그 이하의 직원들은 사실상 세무사사무소 또는 세무법인을 개업해 사업을 영위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석달 공백기간' 동안 지방청장급의 명퇴와 같은 쇼킹한 일이 벌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러 행정 절차상 10월30일 이전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명퇴를 신청하더라도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명퇴한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직원들은 전관예우 근절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과연 국세공무원들에게 '전관예우'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국세청을 퇴직한 이가 조세전문가(세무사)로서 개별납세자에게 절세방법을 조언 또는 상담해 주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편의를 받도록 할 수는 있지만, '전관'이라는 자격으로 세금 자체를 줄여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앞두고 전직 지방청 조사국장 등 몇몇 사건이 터져 국세청 직원들도 희생양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전관'이 누구냐에 따라 세금에 차이가 났던 관행이 과거에 일부 존재해 왔다. 그러한 잘못된 관행의 잔재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려는 노력을 할 때"라며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국세공무원들의 이같은 단상(斷想)을 들으면서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공직자로서의 파워를 퇴직 후에도 계속 누리고픈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