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 수입되면 뭐합니까? 시장에 풀지를 않는데...”
“할당관세로 혜택을 보는 것은 수입업자와 유통업자, 그리고 보세구역 창고업체들 뿐 정작 소비자들에겐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정책이다.”
지난연말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하는 등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긴급할당관세를 통해 돼지고기의 수입량을 확대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시장에 유통된 돼지고기는 수입규모에 비해 소량에 불과했으며, 가격하락을 기대했던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돼지고기 주요 수출국인 중국 등에서 하락된 관세율 만큼 수출판매가를 인상함에 따라 할당관세 혜택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소개된 얘기다.
그럼에도 돼지고기 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은 이유로는 충분치 않다. 보다 깊숙이 파고들면 수입업체의 ‘장삿속’과 맞닥뜨린다.
수입축산물업자인 K 씨(경기도·37세)에 따르면, 무관세로 수입한 돼지고기를 곧바로 통관하지 않고 보세구역에 장기간 보관하는 수입업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시장수급을 위해 할당관세로 들어온 돼지고기가 유통되지 않고 보세창고에 장기간 보관됨에 따라, 돼지고기 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얼마나 마진율이 좋았으면 몇 달씩 걸리는 보세창고 보관료를 물고서라도 버티기에 나섰는지, 장사치들의 셈법에 다문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물가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긴급할당관세를 통한 돼지고기 수입을 늘렸으나, 축산물 수입업체 배만 불려준 셈으로, 섣부른 정책이 국고만 축냈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금 할당관세 적용품목을 확대·운용할 계획이다.
다행이 이번에는 할당관세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업자들이 수입물품을 통관단계에서 지체없이 시장에 공급토록 감시·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할당관세 적용물품에 대해서는 보세구역에 반입된 경우라도 30일내 수입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수입가격의 2%까지 가산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늦은 감은 있으나, 실패를 거울삼은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덧붙여, 먹는 음식에까지 장사 셈법을 들이대는 일부 수입업자들에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강화된 처벌규정을 신설 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해당 용도에 쓰였을 때 뿐, 용도외의 사용에는 세금을 물리는 것이 당연하듯, 할당관세 용도와 무관한 수입물품이라면 관세납부가 당연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