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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9. (목)

신중해야 할 납세자 입증책임

국세청이 '과세 증명책임 분배원칙의 입법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최근 '새로운 10년, 국세행정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공정세정 포럼에서 이같은 의지를 공표했으며, 요약하면 신고·세무조사·쟁송 등 과세절차상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에만 지우지 않고 납세자에게도 지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입장이다.

 

공정세정 포럼의 핵심의제로 채택해 대내외에 공론화시킨 것을 봐도 그렇고, "경제 전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급히 실현돼야 할 과제"라며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증명책임, 다시 말해 입증책임의 분배 입법화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조세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성실성 추정의 원칙, 근거과세 원칙, 신고납세제도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또 국세청은 이미 충분한 양의 납세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자료, 금융자료, 사업용계좌자료,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자료, 전자세금계산서 자료 등 국민의 재산과 관련한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국세통합전산망(TIS)에 축적해 놓고 있다.

 

게다가 과세인프라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매년 세법개정을 통해 납세관련 자료의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국세청은 지난해 "종이없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근로자들의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퇴직연금, 신용카드, 개인연금저축, 연금저축, 주택마련저축, 소기업·소상공인공제부금, 장기주식형저축, 기부금 등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국세청이 갖고 있으므로, 근로자들은 연말정산을 할 때 별도로 본인과 부양가족의 각종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모든 증빙자료를 완벽히 갖추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납세자는 자료를 보관하지 않거나 분실함에 따라 권익을 침해당할 소지를 안게 된다.

 

이같은 연유에서 "국세청이 충분한 양의 과세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까지 부담케 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우는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국세청이 지금까지 수집·보관해 오고 있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올해부터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는 신고前 전산·개별분석 안내를 전면 폐지하고 신고後 사후검증에 주력키로 한 것은 '방대한 자료축적'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닐까?

 

여하튼 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우는 문제는 자칫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범사회적 차원에서의 납세의식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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