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복과 대표라는 위상마저 이젠 흔들리는 것 같다.”
“일국의 국무위원이라면 자신이 의당 짊어져야 할 국정의 책임마저 떠넘기려는 듯 보였다.”
한 해 국정의 흐름을 짚고, 잘잘못을 따지고, 대책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국감의 계절이 돌아왔다.
창과 방패로 대변되는 국정감사 위원과 수감기관장 간의 치열한 논박은 비록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국가정책의 옳고 그름을 숙고할 기회가 된다.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제를 다루는 TV토론이 열리더라도 패널간의 논쟁을 유심히 지켜보자면 얼마만큼의 이해와 개개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19일부터 이틀동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가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렸다.
20일 세제분야 국감에서 이용섭 의원(민주당)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간에 ‘조세부담률의 적정성’을 놓고 벌어진 설전은 MB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감세기조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뜨거운 감자였다.
재정·세제분야 주무장관이 물러설 수 없음은 당연지사로, 국내사례는 물론 국외사례까지 제시하며 이 의원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쉽게도 여기까지였다.
박 장관은 이 의원의 ‘말장난’이라는 지적에 “국무위원에게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라며 결국 불쾌감을 터뜨렸다.
어찌보면 치열한 정책논쟁이 말꼬리 싸움으로 이어진 것 같으나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박 장관이 평소 가지고 있던 국무위원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이에 상반된 민의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민의 공복(公僕)인 장관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질의답변은 개인 이용섭과 박재완의 질의답변이 아니다”며, “최대한 겸손하고 성의있게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따끔한 지적에 나섰다.
비단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를 수감하는 정부부처 여느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파생되고 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라는 단어의 뜻만 헤아려도, 국민에게 “(감히) 국무위원에게 이런 말을~”이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있을지,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