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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8. (수)

모범납세자는 善, 체납자는 惡?

국세청이 '납세자의 날'에 표창을 받은 모범납세자들에게 무한대의 혜택을 줄 모양이다.

 

27일에는 신한은행과 금융우대 협약을 체결, 모범납세자에게 1억원까지 담보 없이 대출하고 금리도 1%P까지 경감해 주기로 했다.

 

일정기간 세무조사 유예, 납기연장시 납세담보 면제, 신용보증기금 심사시 보증한도 확대, 각종 정부용역 적격심사시 가점 부여, 의료비 할인, 철도운임 할인,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등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혜택도 풍성하다.

 

여기에 더해 납세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무담보 대출 우대 혜택까지 나왔으니 자부심을 느낄만해 보인다.

 

"앞으로도 자기 몫의 세금을 성실히 내는 모범납세자에 대한 우대혜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는 국세청의 방침도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모범납세자에 대해서는 이처럼 무한대의 사랑을 주고 있는 반면, 체납자에 대해서는 무한 추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월28일 발족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은 고액·상습 체납자가 교묘하게 숨긴 재산을 반드시 찾아내 끝까지 징수하기 위한 조직이다.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라는 명칭에서도 살벌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세금을 제대로 성실하게 내는 모범납세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반대로 고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려는 체납자를 엄단하겠다는 행정방향은 타당해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국세공무원들의 인식이 모범납세자는 '善'이고 체납자는 '惡'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고착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지상파 한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국세공무원의 체납업무 일상이 방영된 적이 있다.

 

'체납자'가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가 됐고, 급기야 '박'씨 성을 가진 연예인이 아직까지 체납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세금을 체납하지 않아야 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 측면도 있겠지만, 체납자를 '惡'으로 몰아 오락거리로 삼았다는 점과 자신의 공적인 업무를 오락프로그램에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범납세자와 체납자에 대한 국세행정의 집행방향이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지만, 모범납세자도 잠재적인 체납자 일 수 있다. 행정 집행 과정에서의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려는 세심함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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