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보면 자기나라 전통주가 최고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권장을 하던데…. 공무원들이 남의 나라 술을 갖고 쉽게 잘 팔리도록 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 여부를 놓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논의 과정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이현동 국세청장이 최근 내부 회의에서 작심한 듯 직격탄을 날렸다.
주세(酒稅)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국세청 수장으로서 작금의 논의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면서, 종사직원들에게는 "우리 국세청 직원이라도 지역 전통주 홍보에 적극 나서라"고 명분있는 주문을 한 것.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 문제와 관련해, 지난 50여년간 주세행정을 이끌어 온 국세청의 내부 분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술은 여타 유통 품목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규제 완화 쪽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술은 철저히 규제하는 쪽이다" "주류행정의 근간인 법적 유통구조가 붕괴될 것이다" "무자료 거래를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등등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칠레 FTA 이후에도 와인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정부 자료를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긴급히 잡았다가 다시 취소하는 해프닝에서도 내부 분위기를 일면 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사케'의 인터넷 판매 허용 요청에 이어 국산 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주류 관리감독관청으로서 잔뜩 긴장해 있다.
국내 주류제조사들은 정부가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논의하고 있는 상황과, 뒤이어 일본 술 사케의 인터넷 판매 요청을 지켜보면서 수입와인이 허용된다면 머지않아 인터넷 판매 규제가 모두 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사케'처럼 정식으로 인터넷 판매 허용 요청만 하지 않았지 "수입 술도 해 주는데, 우리 술은 당연히 해주겠지"라며 당연한 기대감으로 논의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국세청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서 얻는 이익보다 그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국세청 안팎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