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자로 단행된 국세청 고위공직자 승진·전보인사에서 주요 보직 대부분을 행시출신이 싹쓸이한데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일선에서 들끓고 있다.
세정가에서는 금번 인사가 파행임을 지적하며, 결국 이현동 국세청장이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책임론마저 부상하고 있다.
국세청은 금번 인사로 국세청장을 비롯한 총 34석의 고공단(보직 기준) 가운데 20석이 행시출신에게 배정됐으며, 일반출신<7·9급,세대,육사 등 포함>에게는 14석(전산정보관리 등은 예정)이 배정됐다.
안정남 전 국세청장 시절부터 행시출신들의 국세청 보직 독점사례에 비하면 비교적 완화된 것으로 보이나, 일선 세정가에선 국세청의 고질적인 인사 문제가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일반출신의 경우 만 58세를 명예퇴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보직을 맡고 있는 일반출신 고공단<지방청장·국장급 포함>의 평균 나이가 만56세5개월에 달하는 등 사실상 남은 임기가 2년여에 불과하다.
이는 행시출신 인사들이 수 년여에 걸쳐 국세청 고공단으로 재직중인 것과는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퇴임을 1∼2년 앞두고서야 고공단으로 승진시키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일선 세정가의 비판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일선 직원들이 서운해 하는 것은 현 이현동 국세청장의 경우 MB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 핵심 고위직에 있었던 만큼 본질적인 접근이라도 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이같은 희망이 좌절된데 따른 실망감이 상당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이현동 국세청장은 2008년 12월 서울청장 임명에 이어 인사위원회를 주재하는 국세청 차장에 2009년 7월 임명됐으며, 2010년 8월 제 19대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후 임기 3년차를 한달여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세정가 한 관계자는 "앞선 국세청장들의 임기가 비교적 짧은 탓에 긴 호흡이 필요한 인사시스템 개편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현동 국세청장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며 "차장 재직기간과 앞으로 남겨진 시간까지 합할 경우 국세청의 인사시스템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음에도 여전히 미온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처럼 무늬만 생색내는 것은 일반출신 직원들을 향한 고시 출신들의 특권의식이 여전하다는 것을 명백히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접한 일반출신 어느 누가 순리에 따른 인사임을 동의하겠느냐?"고 원색적인 비난에까지 가세했다.
한편, 지난달 某 고위공직자는 자신의 퇴임사에서 "7·9급 출신들의 고공단 진입이 늦춰지고 있다. 현재의 국세청 조직운영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