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법인세는 가장 논란이 되는 세목일 것이다. 법인세의 세율 수준을 낮춰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다만 재계의 이익 추구를 위한 강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근거가 없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법인세의 세부 규정들은 그 해석에 따라 큰 규모의 추징액을 의미할 수 있기에 또한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법인세는 과연 무엇에 대한 과세인가? 과세대상인 법인이익의 성격은 여러가지 논란의 시발점이며 그러기에 그 규명은 큰 의미를 지닌다. 법인의 이익은 독점적 자본이익의 성격을 가진다는 시각과 투입한 자본의 기회비용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시각이 대립된다.
법인이익이 독점적 자본이익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는 사람들은 법인이익이 residual income(잔여소득 혹은 순이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라면 모든 비용을 제한후의 법인의 이익은 이론적으로 제로가 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이익을 남긴다면 이는 법인이 독과점적인 시장위치를 확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법인세에 대한 중과세는 투자를 저해하지 않고 기업은 이 세금부담을 타자에게 전가시키지도 못한다.
법인이익을 자본의 기회비용으로서 파악하는 시각은 자기자본에 대한 대가(현금과 주식배당)가 법인비용으로 공제되지 못하는 세법규정에 주목한다. 자기자본을 투자한 것에 대하여 비용으로 공제받지 못하므로 그 부분이 법인의 이익으로 남지 않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부분을 감소시키는 법인에 대한 과세는 투자감소로 이어져 실제적으로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근로소득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법인과세가 이 두 가지의 성격을 다 가지므로 법인의 이익을 두 부분으로 분리해 차등과세하자는 방법이 제안된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일개 연구자의 제안에 그치고 있으나 나름 중립적 자세를 유지하려는 경제적 분석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법인세라는 규범의 내용은 항상 조세 회피와 힘겨운 싸움을 염두에 두고 고안되는 것이다. 법인세가 가진 이러한 특별한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성격에 소홀해서는 곤란하다. 때문에 때로는 이론적 선명성을 희생하더라도 가능한 조세회피에 남용되지 않도록 규정이 설계돼야 한다. 법인의 이익률을 기준으로 차등과세하는 방안은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다. 법인세의 전체 체계가 매우 세밀하고 조심스러운 규정으로 구성돼 있는데 법인세 제도의 핵심 중의 핵심인 법인세율이 자의적이고 일괄적인 방식(lump-sum approach)으로 생성된다면 어울리지도 않고 법적 안정성도 해치게 된다.
동 제안이 실현된다면 법인의 이익은 자본에 비춰 일정비율(예를 들어 5%)까지는 낮은 세율로, 그리고 그 비율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은 높은 세율로 과세될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보유한 무형자산 등의 평가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향 조정함으로써 총자산, 이를 통해 자본총계를 늘려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법인의 이익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인위적인 분할 보다는 위에 언급된 두 가지 시각 중에서 어느 시각이 더 경제적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를 감안해 전체 법인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두 가지 시각 중에서 따져보자면 법인의 이익은 독점자본의 이익으로서의 성격, 즉 순이윤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재정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의 한계자금이 차입금으로 조달되고, 경제적 감가상각이 세법상의 상각규정과 일치하는 경우 법인의 이익은 순이윤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 두 조건은 정확하게 충족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부합되는 것이다. 때문에 법인이익의 순이윤으로서의 성격은 상당히 강한 것이며 이 경우 법인세의 부담은 쉽게 전가되지도 않고 법인에 대한 과세는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가지기 어렵다.
법인세는 위 두가지 시각에서 보는 성격과 또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이론에서 홀대하기 쉬운 측면에서의 성격이나 법인세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소득세와 같이 기업과세의 양축을 구성하면서 기업형태 선택의 중립성을 보장해야 하기에 소득세 부담과 법인세 부담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법인세와 배당에 대한 소득과세(소득공제를 포함한)의 부담의 합이 개인기업의 소득세 부담과 최종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설정돼 있다고 해도 법인단계의 과세 이후에 이뤄지는 배당단계의 세부담 조정이 무한정 이연될 여지에 대비해 원천징수의 성격을 가진 법인세율이 소득세율에 근접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규정이 그렇지 못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대주주가 법인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기업에 유보해 둠으로서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율 수준의 세금만을 부담하면서 실제적으로는 경영권을 이용해 사적인 재산처럼 기업자산을 행사하는 행태를 흔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는 존재하는 제도에 계속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 우리 사회에서 법인세율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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