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을 '새로운 유형의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금융관련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새로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방세학회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17년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지방세연구원 정승영 법학박사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의 과세상 취급과 쟁점'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정 박사는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기존 법제도상의 전자화폐와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들로 인해 금융 관련 법제도의 개선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이와 더불어 조세제도 측면에서 가상화폐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의 가상화폐에 대한 세제상 쟁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 ▷세법상 가상화폐의 분류 문제 및 소득세 과세 ▷정보비대칭에 따른 조세회피문제 등의 3가지 쟁점을 언급했다.
정 박사는 가상화폐의 부가가치세 과세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대처 방식으로 가상화폐 자체를 재화 또는 용역으로 보고 소비세를 과세하는 방식과 직접적인 통화 유사 대체물로 접근해 소비세를 면세하는 방식으로 나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국제적으로 소비지 과세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구조화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측면에서는 과세하지 않는 방향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좀 더 명확하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법상 가상화폐의 분류 문제와 소득세 과세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세법 체계 내에서는 가상화폐를 '통화'로 취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화와 같이 세법상의 '기능통화'의 범주에서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한국은행법 제47조에 따른 법정통화로서의 해당 가능성이 전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선불전자지급수단, 직불전자지급수단, 전자화폐가 갖춰야 할 기준 요소들도 갖추지 못함에 따른 것이다.
정 박사는 "결국 우리나라의 세제상 틀에서의 분류로는 '새로운 유형의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금융관련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새로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득세제상의 과세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가상화폐 양도차익을 비롯해 과세대상에서 일부 벗어난 대상에 과세하고자 하는 경우, 소득세법상의 적정 세율 선택 등의 문제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지방소득세 과세 체계를 이용하는 것도 중간 단계를 거치는 방편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박사는 제3자인 매개자로서의 '금융기관'이 없이도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화폐의 기술적인 특징으로 인해 가상화폐가 '초 조세회피처'로 여겨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박사는 "중간 매개체인 금융기관을 통제함으로써 조세회피를 차단하고자 하는 대안도 있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상 접근은 단순하게 과세제도 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제도 전반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동시에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