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택스(Pink Tax)'라는 말이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더 비싸지는 현상을 이른다. 미용실 요금, 의류 품질 차이 등이 흔한 예다.
핑크 택스는 실제로 부과되는 세금은 아니지만 ‘여자라서 더 낸다’고 해서 ‘여성세’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한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이를 금지하기 위한 법안이 지난 9월30일 발효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해당 법 도입을 올해 여성 의제의 핵심 안건으로 내걸고, 지난 4월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법제화한지 6개월만이다.
뉴욕주에 따르면, 핑크택스 금지법은 ‘실질적으로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성별에 따라 다른 가격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이때 실질적으로 유사한 상품이란 ‘생산에 사용되는 재료, 용도, 기능적 디자인 및 특징, 브랜드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 상품’이며,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시간과 어려움, 비용의 차이가 없는 두 가지 서비스로 정의된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게는 법원이 해당 상품의 판매 금지, 소비자 배상을 명령할 수 있으며, 최초 위반시 최대 벌금 250달러, 두 번째부터는 최대 5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와 캐시 호철 부지사는 “핑크 택스를 폐지함으로써 여성과 소녀는 더 이상 유해하고 불공정한 가격 차별을 받지 않게 됐다”, “성별에 기반한 가격 정책을 없애는 것은 재정적 성공을 보장하고 여성이 직면한 장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2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 "핑크택스 철폐를 청원합니다"
여성 소비자들 '여성소비총파업' 벌이기도
국내서도 핑크 택스 논란은 낯설지 않은 화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SNS, 인터넷 등에는 ‘남성용 의류가 박음질이 더 튼튼하다’, ‘같은 값이면 남성용을 사라’, ‘롱패딩 충전량은 절반인데 옷값은 같다’는 식의 제보가 잇따른다. 나아가 마카롱 등 비싼 디저트류, 여성 1인 가구가 부담하는 안전 비용에도 핑크 택스가 녹아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를 거부한 대표적인 운동이 지난 2018년 전개된 ‘여성소비총파업’이다. 익명의 여성 소비자들이 주축이 돼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일시적으로 소비를 중단, 여성의 소비를 비하하는 광고와 핑크택스 등의 사회적 차별 시정을 촉구한 온라인 캠페인이다.
당시 운동에 참여한 김모 대학생은 학보 인터뷰에서 “핑크택스가 붙거나 여성들이 주 고객층인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여성들을 상품이 아닌 소비 주체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계기”라고 답했다.
핑크택스가 ‘쉬코노미’ 등 여성의 구매력이 커진 배경과 무관치 않은 만큼,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은 해시태그·카드뉴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주체로서의 여성의 목소리를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뉴욕시 소비자 보호국에서는 2015년 연구를 통해 여성용 상품이 남성용의 비슷한 품목보다 평균 7% 비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비용 차이는 여성의 평생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가처분 소득과 저축 등 경제적 활동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