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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내국세

"부부간 자금거래, 증여추정 배제해야"

우용상·강민조 교수, 한국세무학회 학술발표대회서 부부간 자금거래에 증여세 부과 지적

민법상 부부별산제 불구, 혼인 후 부부재산은 공유재산으로 보아 이혼시 청산 인정 등 모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인정하면서도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재산분할 청구는 불인정

조세포탈·강제집행 면탈 아니면 부부간 자금거래는 증여추정 배제하는 입법개선안 필요

 

부부별산제를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부부간 현금 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용상 이화여대 교수와 강민조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세무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부부간 자금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대법원 선고 2015두 41937 판결을 중심으로>’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평석 대상인 해당 대법원 판결에서는 가사를 전담해 온 주부가 원고이며, 원고의 배우자는 회계법인·금융회사·법률사무소 등에서 약 40년간 근무해 왔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부동산 임대소득 외에 뚜렷한 소득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해 배우자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은 혐의가 있다고 보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무조사 결과 원고는 배우자로부터 2006년 3월9일부터 2008년 10월31일까지 총 35회에 걸쳐 배우자의 근로소득 13억원을 자기앞수표 또는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으며, 과세관청은 해당 금전이 부부간 증여에 해당한다고 봐 증여세를 과세했다.

 

원심에서는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에서는 뒤집혔다.

 

대법원은 증여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원고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증여세 과세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돼 타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반 배우자 자금의 위탁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같은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춰 해당 예금이 배우자에게 증여됐다는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발표자로 나선 강민조 교수는 해당 대법원 판례에 대해 “부부는 생활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로서 명의신탁이 폭넓게 허용되고 있고 다양한 이유로 금전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부부간의 예금이체의 성격을 어떤 하나로 단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적어도 부부간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의 법리가 아닌 증여세 과세요건사실에 관한 일반적인 입증책임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강 교수는 더 나아가 부부간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민법이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결혼생활 중에 형성된 재산은 부부 일방의 명의로 돼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재산으로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하다”며 “조세포탈·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부부감의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을 배제하는 입법개선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부별산제를 법정재산제로 하면서도 혼인 중 형성한 부부재산의 실질을 공유재산으로 보아 이혼 시 청산을 인정하는 등 민법의 모순구조를 지적하며, 부부간 재산의 무상이전에 대해선 비과세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강 교수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경우와 달리, 일방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재산분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등 배우자간의 생전증여에 대한 엄격한 증여추정 과세는 재산분할에 대한 비과세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세대 간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동일 세대 내에서의 부의 무상 이전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부간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추정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고 일반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부부간 금전거래의 경우에는 증여라고 볼 수 있는 경험칙이 인정되지 않기에 원칙으로 돌아가 증여라는 과세요건사실에 대해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현실과의 괴리가 큰 부부별산제를 증여추정 과세에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부부재산공유제에 부합하는 소득세 및 상속·증여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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