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빙없이 해외로 빠져나간 돈 5년간 22조원
국세청 통보된 증여성 해외송금, 72만건 14조원
아무런 증빙 없이 해외로 빠져나간 ‘증여성 해외송금’이 5년간 22조원을 넘지만 국세청의 단속과 관리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신영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증여성 해외송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6월) 해외 이전거래를 통한 단발성 해외송금 규모는 약 163억3천500만달러(한화 22조2천500억원)에 이른다.
증여성 해외송금은 국내 거주자가 국외 거주자에게 개인적으로 송금하는 거래를 의미하며 현행법에 따라 연간 10만 달러 이내 송금은 증빙 없이도 허용된다. 단, 1회 1만 달러 이상 또는 연간 누계 1만 달러를 초과하면 국세청에 통보된다.
신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이러한 방식으로 송금된 금액은 연평균 약 5조원으로, 2020년 5조1천600억원, 2021년 5조9천695억원, 2022년 4조4천115억원, 지난해 4조7천420억원, 올해 상반기 2조4천842억원이었다.
특히 미국으로 송금액이 전체의 절반인 11조원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캐나다 2조5천755억원, 호주 1조1천604억원, 일본 1조855억원, 중국 7천967억원 순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방식을 악용한 역외탈루 행위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단속과 관리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이주를 명목으로 국내 자산을 빼돌리거나, 자녀의 생활비 명목으로 송금한 자금을 실제로는 자산 은닉하는 등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국세청은 통보받은 자료를 전산망에 구축하고 있음에도 탈세 여부를 적극적으로 점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증여성 해외송금을 통한 탈세 적발 사례를 요구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통보된 증여성 해외송금 건수는 최근 5년간 72만건 금액으로는 약 14조3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송금액의 65% 이상이 1회 1만 달러 또는 연간 누계 1만 달러를 초과했다는 의미다.
신 의원은 “해외송금을 통한 불법 증여와 역외탈세 행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를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확대해 역외탈세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며 “과세당국이 역외탈세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라도 증여성 해외송금에서 발생하는 탈루행위를 집중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