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연구원, 맥주·막걸리 주세 '종량세' 우선 전환 제시
국산맥주 세금 역차별 해소…'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소주, 과일주 등 기타 주종은 종가세 유지
주세 과세체계를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되, 맥주 또는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우선 전환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주, 과일주, 위스키 등은 그대로 현행 종가세를 유지토록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aT센터에서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맥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 주종에 대해 현행 종가세 체계를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최근 정부는 50여년만에 주세법을 종가세 체계에서 종량세 체계로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량세 체계로 바뀌면 주류 세금이 현재 가격 기준에서 도수, 양 기준으로 매겨지게 된다.
최근 국내 생산 맥주와 수입 맥주간의 과세 표준이 달라서 수입 맥주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생산 맥주의 출고가는 생산 비용에 판매관리비와 적정 이윤을 포함한 반면, 수입 맥주의 신고가는 수입 신고가에 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국내 생산 맥주 출고가보다 낮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주류 소비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맥주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비자의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세 개편 검토에 나섰다.
홍 연구기획실장은 주종별 세부담을 검토한 결과 △맥주만 종량세 전환 △맥주,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 등 두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탁주의 경우에는 기타주류 주종의 재분류가 수반돼야 종량세 전환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나머지 주종에 대해서는 연차별로 마스터 플랜을 세워서 중장기적으로 전 주종 종량세 체계로 개편하도록 했다.
홍 연구기획실장은 전격적인 종량세 전환은 업계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므로, 중장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발효주, 특히 과실주 같은 경우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많고 저가의 제품이 많으며, 국내 판매용 위스키도 저가의 제품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 역시 종량세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아 세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만큼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량세는 '저도수 저세율, 고도수 고세율'이 원칙이다.
따라서 주류업계 및 소비자가 적응할 시간을 갖도록 미리 전환계획 시기 등을 발표하고 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세의 목적 중 하나가 음주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교정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행 가격에 따라 주세를 부과하는 종가세 체계보다 알코올 도수나 양에 의해 부과하는 종량세 체계가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홍 연구기획실장은 또한 종량세 체계 전환 관련 마스터 플랜 마련시 고도주·고세율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가 수입제품의 세부담 축소 및 주종에 따라 불가피하게 세부담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종량세 체계로 전환할 경우에는 인플레에 의해 실질적인 주세 부담이 줄어 음주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덜 지불하게 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물가연동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물가지수에 연동해 종량세 세율을 매년 자동적으로 조절하거나, 수년에 한번씩 실질세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종량세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