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료 등 음성적 거래나 신종 역외탈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부터 금융기관의 거래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국세청의 금융거래정보 활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2019년 국세행정포럼에서 ‘금융거래정보의 국세행정 활용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탈세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대상 선정 단계에서도 금융거래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상 정보제공 요건을 FIU법상 요건과 동일하게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수집은 ‘탈루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의 확인’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세무조사 대상 선정 단계에서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없고,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 가능하다.
반면 금융거래정보 중 FIU정보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에 제공받을 수 있고 세무조사 선정 단계부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 조사팀은 조사대상 선정 과정에서 FIU에 요청해 관련 금융정보를 받아 탈세혐의 분석에 활용하는데,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에도 조사선정 단계에서부터 관련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FIU로부터 금융정보를 제공받아 탈세 추징으로 이어지는 규모가 매년 2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점에 비춰 탈세근절을 위한 금융거래정보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국세청은 FIU로부터 수집한 의심거래보고(STR) 정보 및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정보를 세무조사 업무에 활용해 지난 6년간 12조4천735억원을 추징했다. 체납업무에도 활용해 지난 5년간 2조2천253억원을 추징했다.
또한 금융거래정보의 활용 제약으로 국세청이 FIU에서 받는 자료 건수와 금융기관에서 받는 건수가 큰 차이가 난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국세청이 FIU에서 받은 STR 건수는 FIU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전체 건수의 3.2% 정도인 8만7천여건이며,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정보 조회 건수는 매년 5~7천여건 수준이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국세청이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비밀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는 경우에는 정보요구 방식을 본점 일괄조회 방식으로 전환해 조사업무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금융거래정보 수집을 위해 금융회사 점포별로 개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체납자 재산조회 등의 경우에 한해 본점 일괄조회를 허용하고 있다.
FIU 정보에 대해 국세청에 직접적인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제공되는 정보의 양을 대폭 확대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박 교수는 현재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는 과세당국이 FIU 보유 정보에 대해 직접 접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의 권고와 같이 금융기관 외에 변호사, 회계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업자, 귀금속상에 대해서도 고객실사의무 및 의심거래보고(STR)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