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소송, 전문성 필요하고…저렴한 비용 등 소비자 선택권 확대해야"
"내용‧증거‧법리‧쟁점 잘 파악하고 있는 세무사가 '일관성있게' 대리시 장점"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납세자 권리구제제도의 현주소와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는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법학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정성호‧정태호 의원이 주최했으며, 조세 행정심판의 기능과 법원의 1심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통합조세심판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와 조세계 등에서 줄기차게 거론돼온 사안으로, 이날 토론회에서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는 그 근거를 ▶조세사건의 기술성과 전문성 ▶법률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보장 ▶소송대리인의 문호 개방을 통한 영세납세자의 권익 보호 ▶소송대리인의 일관성 유지 ▶다른 자격사와의(변리사) 형평성 확보 ▶주요 외국의 입법례 고려 측면에서 제시하며 조목조목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회계학, 재정학, 세무회계 등과 같이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학문과 세무실무를 바탕으로 하는 조세사건의 특성을 무시한 채, 조세소송대리인을 일반 법률사무를 주로 수행하는 변호사만으로 제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 사건은 법률적인 측면뿐 아니라 기업회계‧경영학 및 재정학(조세론) 등 법학 외의 학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전문지식이 있어야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특수한 법률영역이다.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상법(회사편), 민법(총칙) 또는 행정소송법(민사소송법 준용규정 포함)이나 세법학(세법학개론, 세법학1‧2부)과 같은 법률 과목의 비중 못지않게 회계학(회계학개론,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및 세무회계)과 재정학과 같은 비법률 과목의 비중이 큰 것도 같은 이유다.
헌법재판소도 세무사법 제20조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세무사 자격시험에서는 법률 과목보다 회계학‧재정학‧세무회계 등 비법률 과목의 비중이 더 크고 세법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변호사시험에서는 조세실무 과목이 전혀 없고 조세법마저도 1차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적어도 세무대리업무 중 실무적인 부분에 관하여는 사법시험이 세무사 자격시험의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이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조세사건의 특수성에서 볼 때 소송대리인에게 있어서는 일반적인 법률지식 못지않게 세무실무‧회계학‧재정학 및 조세법 분야에 대한 고도의 기술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면서 “조세법과 그 기초를 이루고 있는 세무실무‧회계학 및 재정학에 관한 지식을 고루 갖추고 실무에 고도로 훈련된 세무전문가인 세무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 사건의 전문성 측면과 아울러 저렴한 비용 등 납세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서도 세무사의 소송대리권 허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의 구입에 있어서 거래 상대방과 가격, 거래조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기결정권을 갖는데, 납세자들이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전문화된 조세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한 “조세사건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사건의 경우 과다한 위임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영세납세자에게 부과된 소액의 세금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승소하더라도 이로 인한 이익과 비용과의 균형이 맞지 않아 소송을 포기하는 예가 상당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세무사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면 소송대리인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영세납세자의 조세소송과 소액사건에 대한 조세소송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소송대리인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세에 관한 신고와 이의신청‧심판청구 등의 대리를 거치면서 사건내용은 물론 증거자료와 해당 법리 및 쟁점을 파악하고 있는 세무사가 소송 단계에서 납세자를 대리하면 그간의 증명자료와 주장 등을 활용해 소송 절차를 순조롭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장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전문자격사인 변리사와 다른 나라의 입법사례도 들었다.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하면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의장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독일 세무사는 조세법원의 소송에서 납세자를 대리할 수 있고, 미국 세무사로서 조세법원이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한 자는 연방조세법원에서 등록대리인으로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 일본은 세리사가 사법보좌인을 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변리사와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세무사에 대해 소송대리를 허용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도 “납세자들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조세심판 단계에서 인용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사건의 조세심판을 대리했던 세무사가 행정소송법 등 조세소송을 대리하기 위해 필요한 과목을 이수한 경우라면 조세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