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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10.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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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참석도 거절" 검소한 혼례…젊은층 결혼 기피 해결책?

#1.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딸 결혼식에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참석도 정중히 거절했다. 하객은 양가 친척 등 150여 명만 초대했고, 축의금이나 화환을 일절 받지 않았다.

#2. 스웨덴인 조한(28)씨와 한국인 김현경(26·여)씨는 올해 5월 경인여자대학교 캠퍼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물은 간소화했고, 스·드·메(스튜디오 촬영·웨딩드레스·메이크업)는 모두 경인여대생들의 재능기부로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한 결혼 비용을 줄이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배우 원빈-이나영 부부의 검소한 결혼식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검소한 혼례 운동본부'(www.gumhon.com)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 교회에서 '검소한 혼례 결의대회'를 열어 "이제는 허례허식 없는 검소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자"고 촉구했다.

본부는 "30~40년 전에는 음식 접대는 국수, 갈비탕 등으로 충분했는데 지금은 밥값만 3만원이 넘는다"며 "기성세대의 비뚤어진 체면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자성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은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5.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30만2503건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혼 남녀들이 막대한 결혼 비용에 경제적인 부담을 느껴 결혼을 늦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성 516명·여성 4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 당 실제 총 결혼 자금은 평균 2억3798만원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별 결혼 비용은 주택마련 1억6835만원, 예단 1639만원, 예물 1608만원, 예식장 1593만원, 혼수(가전·가구 등) 1375만원, 신혼여행 451만원, 웨딩패키지 297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거비용 마련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체면차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올해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 및 혼주 343명을 대상으로 '혼례소비문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의 혼례문화가 허례허식적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7.8%가 '그렇다'고 답했다.

개선해야 할 혼례문화로는 '과다한 혼수와 호화결혼식(53.1%)', '과도한 하객 초청(16.8%)', '축의금 받기와 식사 대접 관행(15.7%)' 등을 꼽았다.

이에 '검소한 혼례 운동본부'는 결혼식, 피로연, 예물, 예단, 촬영, 신혼여행 등 주거비용을 제외한 일체의 결혼비용을 1000만원 이내로 하는 검소한 혼례를 위해 6가지 약속을 결의했다.

이들은 화환 절대 사절, 축의금은 불가피한 경우 5만원 이하로 받기, 피로연은 하지 않거나 검소하게 하기, 예단은 하지 않기, 예물은 검소하게 하기, 하객 숫자는 양가 합해 200명 넘지 않기 등을 다짐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자리해 힘을 실어줬다.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고 꼭 돈을 써야 하느냐"고 반문한 김 장관은 "비정상인 허례허식 결혼식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검소한 혼례"라며 "정책도 중요하지만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부터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최근 '작은결혼정보센터홈페이지'(www.smallwedding.or.kr)를 개편해 공공시설예식장, 웨딩플래너 일대일 컨설팅, 스·드·메 등 실속있는 정보를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검소한 결혼식을 전제로 신청사 지하2층 '시민청 태평홀'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이후 100여 쌍이 검소한 혼례를 치렀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164쌍이 화촉을 밝혔다. 하객 수를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예약은 매년 늘고 있다.

'양재시민의 숲'도 검소한 혼례 장소로 인기다. 매년 1월1일 현장접수만 받다 보니 전날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릴 정도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기 위해선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세대들의 인식 개선이 동반해야 한다. 특히 부모세대들이 결혼식 축의금은 '품앗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광자 상임본부장(전 서울여대 총장)은 "그동안 낸 축의금을 자녀 결혼식에서 돌려받으려 하지말자"면서 "화환을 많이 받는다고 성공적인 결혼식도 아니다. 이제라도 허례허식 없는 결혼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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