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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1.05. (일)

[외부기고]한·EU FTA, 1년의 단상(斷想)

성태곤 관세관<駐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지난 7월 1일로 한·EU FTA가 발효된지 1년이 경과되었다. 그간 한·EU FTA의 성공적인 활용을 위해 우리 정부와 민간 기업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났으며,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작용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돌이켜 보면, 개인적으로도 2010년 세밑에 EU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브럿셀에 초대 관세관으로 부임하여 한·EU FTA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수시로 관세관으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작년 하반기에 독일·영국·체코·스웨덴 등 EU 주요국을 순회하며, 12회에 걸쳐 우리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EU FTA 원산지 기준과 인증수출자 등 FTA 특혜 수출입통관제도를 설명하였고, 또한 원산지 위반사례·인증수출자 지정신청 사례 등 구체적인 활용절차를 쉽게 소개한 ‘한·EU FTA 수출입통관 매뉴얼’ 1천부를 제작하여 EU에 진출한 우리 기업체 대상으로 배포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한편, 한·EU FTA 활용 극대화를 위한 EU측의 환경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거시적으로는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적자에서 수반된 유로존 위기 등으로 인한 EU 전체의 수요 감소로 우리나라에서 EU로의 수출 증가세가 다소 정체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시적으로 수출입 통관행정 측면에서 찾아보면, EU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수출입 통관규정이 완비되어 있으나 실제 수출입 통관의 집행과정에서 각 회원국의 미세한 차이점이 우리 기업체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품목분류, 수입물품의 평가 문제 등으로 고생을 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기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동구권 세관당국의 법 집행의 경직성, 서비스 마인드 부재 등으로 우리 기업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EU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EU FTA는 우리 기업체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는 좋은 모멘텀으로써 더욱 더 주의를 기울이고, 활용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기업체의 추가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EU로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체에게 수출입 통관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원산지 및 품목분류에 대한 유의사항을 전파하고자 한다.

 

첫째, 한·EU FTA에서 원산지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연히 한·EU FTA협정문에 규정되어 있는 원산지 기준에 적합한 물품을 수출해야만 EU 회원국에서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체는 자신이 수출하는 물품이 원산지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사후에 원산지 검증 및 거래업체의 클레임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세청에서 개발한 원산지관리시스템인 FTA·PASS를 활용하고, 지역 세관에 컨설팅을 의뢰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EU 관세법령상에는 BOI(Binding Origin Information)라고 해서 수출입물품에 대한 원산지를 해당세관을 통해 사전에 확인받는 제도가 있는 바, 우리 기업체에서는 동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발행된 BOI는 3년간 유효하다.

 

현재 EU의 여러 회원국이 한국 관세청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EU 집행위의 OLAF(European Anti·Fraud Office, 부패방지국)에서는 한·EU FTA 발효 이후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원산지 위반하여 반입하는 품목에 대한 정보 분석을 강화하는 등 원산지의 적정성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 품목분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품목분류에 따라 한·EU FTA에서 특혜관세의 적용 여부 및 적용 세율이 달라지므로 기업체에서는 EU로 물품을 수출하기 전에 반드시 수출물품의 품목분류에 대한 철저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EU 현지에서 직접 거래하고 있는 바이어나 통관 물류업체 등을 통해서도 해당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EU 세관에 정확한 수입신고를 해야만 사후 추징 등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의 홈페이지(http://ec.europa.eu/taxation_customs/dds2/taric/taric_consultation.jsp)에서 EU 세관의 품목분류 및 세율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편, 품목분류에 의문이 있는 사항은 우리나라 관세청 산하의 관세평가분류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EU에서는 BTI(Binding Tariff Information)라고 해서 사전에 수출입물품에 대한 품목분류를 해당국 세관을 통해 확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바, 우리 기업체는 수출입물품의 품목분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동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번 결정된 BTI는 동일한 조건하에 모든 회원국을 구속하며, BTI는 교부된 날로부터 6년간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EU는 다양한 경제규모를 가진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 5억여명의 거대한 시장이다. 한·EU FTA를 통해 우리 기업체가 특혜 관세를 적용 받아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선점효과를 극대화 하는 접근방법이 절실히 요청된다. 왜냐하면 EU는 현재 일본, 말레이지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FTA는 세계 수출입 무역에서 피해 갈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우리 기업체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EU FTA를 보다 더 활용하여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세계 무역전쟁에서의 파고를 뚫고, 앞장서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EU 전지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널리 유통되고 사용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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