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 무단 사용 알지 못했다면 증여세 부과 처분 잘못
대표이사 우월적 지위 이용해 주식 명의신탁했으나 직원들 인지 못해
대표이사가 소속 직원들의 인감을 무단으로 도용해 비상장 주식을 명의신탁한데 대해 과세관청이 무더기 증여세를 부과했으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심판결정이 내려졌다.
조세심판원은 법인 대표이사가 비상장주식을 직원들에게 명의신탁하자 이를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한 것으로 봐 증여세를 부과한 과세처분에 대해, 본인들의 명의가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라는 요지의 심판결정문을 최근 공개했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비상장법인 대표이사 A씨의 직원들과 지인으로 구성된 청구인 10명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쟁점법인이 발생한 주식을 출자·증자 및 매매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산지방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이들 청구인들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한 결과, 쟁점법인 대표이사인 A씨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과점주주 회피를 목적으로 청구인들에게 쟁점주식을 명의신탁함으로써 상증세법 제45조의2에 따른 과세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봐 김해세무서 등 6개 일선세무서에 무더기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과세자료를 받은 일선세무서는 청구인들에게 증여분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이에 반발한 청구인들은 쟁점법인 설립 전후로 A씨가 대표로 있던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회사 경영상 필요하다고 해 인감 도장을 요구함에 따라 경리에게 도장을 맡겼을 뿐, 인감 도장이 주식을 취득하는데 사용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가운데 A씨의 지인들 또한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인감이 도용된 사실을 알게 됐으며, 회사에서 작성된 임시주주총회 이사록에서도 자신들의 이름과 날인이 빠져 있음을 제시했다.
특히 청구인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명의가 도용됐음을 알게 됐지만 A씨를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하지 않았다는 과세관청의 과적심사청구 불채택 결정에 대해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받은 직후 법무법인에 쟁송대리를 위임하고, 관할경찰서에 형사고소를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과세관청은 명의도용 입증책임이 있는 청구인들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고, 조사종결 후 A씨를 명의도용으로 고소했더라도 명의신탁 약정이나 합의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신빙성에 문제가 있음을 반박했다.
조세심판원은 그러나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줘, 과세관청의 조사종결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당시 청구인들은 쟁점법인의 직원으로 근무했을 뿐 출자해 주식을 취득하거나 매매한 사실이 없고 이러한 행위는 모두 A씨가 진행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청구인들이 A씨를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했고, A씨 또한 신문과정에서 청구인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조세심판원은 이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청구인들 대부분이 쟁점법인의 직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주 A씨가 우월적 지위에서 상대적으로 명의를 사용하기 수월한 직원들의 명의를 일방적으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청구인들의 명의가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