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 '상속·증여세 개선 촉구' 공동성명 발표
①글로벌 추세 ②최대주주 할증 폐지
③지역경제 활성화 ④중소·중견기업 지속성장
국회가 본격적인 세법 개정안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경제계가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상속세·증여세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경제계는 연일 국회를 향해 상속세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낸 데 이어, 20일 한경협이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내놓는 등 개편 필요성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40% 인하,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승계제도 개선을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정부안)이 계류돼 있다.
21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경제6단체는 경제계 공동성명을 이날 발표하고 25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을 유지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상속세를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참여했다.
경제계는 국민 한명이 보유한 자산을 의미하는 1인당 국부(국민순자산)가 2012년 2억2천만원에서 2022년 4억4천만원으로 10년간 2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부담은 더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상속세 총결정세액은 1조8천억원에서 19조3천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0세 이상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 제외시 62%), 중소기업은 34%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경제계가 상속세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든 4가지 관점은 △글로벌 추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 등이다.
우선 상속세 최고세율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조정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1위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변화한 적 없다. 주요국들이 최고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수준 대비 상속세 부담 비율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을 크게 웃돈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한국이 0.68%로 OECD 평균 0.15% 대비 4.5배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역시 한국은 2.4%인 반면, OECD 평균은 0.4%에 불과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적용받아 기업승계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다.
경제계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세력에 의한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상증세법처럼 기업의 경영권인 주식을 일반재산보다 일률적으로 가중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창업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 재산가액 전액에 대해 한도 없이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재정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공하는 특별구역으로 올해 6월 첫 특구 지정 후 현재까지 모든 비수도권 시도에 특구가 지정됐다.
경제계는 "한국의 지역경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년층의 유출이 큰 문제"라며 "정부안이 입법되면 지역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마지막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일부에 제한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열거돼 있어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것.
따라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제계는 “상속세를 바라보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제도 설계 필요성, 국민들의 가치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제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제도로서 존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