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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내국세

[납세자의 날 현상공모 주부세금수기 입상작]은상 수상작

세금 잘 내는 사람이 애국자 - 이 영 심


막막하고 두려운 세금에 불안감만…
아니, 세무서에서 절세하는 방법까지?
세금 잘내는 사람 대우받는 사회왔으면


리 나라 제일의 대기업에서 중견사원으로 근무하던 남편이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혹독했던 IMF 경제위기 때도 잘 버텨왔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던 터라 더욱 그랬다.

남편은 회사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 때문에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여보, 지금은 생활도 보장되고 회사에서도 잘 나가고 있지만 회사가 끝까지 나를 책임져 주지는 못할 것이오."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결사 반대했다. 며칠이 지난 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당신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겠다. 당신이 반대하면 그대로 몇 년 더 다닐께."

힘겨워 하는 남편을 등 뒤로 하고 나도 영 마음이 편치않아 밤중 내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남편 의견에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창업하기 전 세무ㆍ법률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교육도 시켜주고 창업 후 1년 동안은 영업비도 지원하는 등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우리에게 더욱 유리한 것은 초기자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본인의 의지도 충만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잘 될 것 같아 보였다.

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회사처럼 잘 짜여진 틀속에서 많은 동료들이 서로 일을 분담해서 하던 것과는 달리 모든 일을 남편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쩔쩔매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했어. 잘난체는 혼자 다 하더니만 어디 혼 좀 나보라지'하며 처음 며칠간은 일부러 모른체했다. 그러나 남편의 운명은 우리 가족의 운명이었다. 언제까지고 모른 체 놔둘 수만은 없었다. 나도 사업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 둘 챙기고 배우기 시작했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이것 저것 배우면서 일처리를 해 나가는 중에도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고민거리는 세금이었다.

남편이 회사 다닐 때는 봉급에서 미리 공제하는 갑근세말고는 세금하고 직접 관련없이 살아온 터였다. 이제는 신고부터 납부까지 우리가 모든 걸 처리해야 할 판이었다. 참으로 생소했다.

세금의 '세'자만 들어도 어쩐지 두려운 느낌이 앞섰다. 막연하지만 하라는 대로 안하면 세무서에서 마치 엄청난 세금을 물릴 것만 같았고, 세금 내는 사람이나 안 내는 사람이나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세금 낸 사람만 손해볼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개처럼 스멀스멀 일어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차라리 세무서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막상 마음은 먹었지만 처음 가보는 세무서라 긴장이 됐다. 난생 처음 세무서 문을 열고 들어섰다.

1층에 들어서자 '납세서비스센터'라는 팻말을 보고 들어서자 상담직원이 친절하게 맞아들였다. 긴장된 상태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두서가 없는 것 같았고 내 이야기를 듣다 짜증을 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속에서 말을 끝냈다. 그러나 내 우려와는 달리 그 직원은 내 긴장된 모습을 눈치라도 챈 듯 농담까지 건네면서 국세청에서 발간한 여러 가지 팸플릿을 챙겨왔다. 남편 사업과 관련한 세금의 종류와 신고시기, 신고방법과 탈세하지 않고 절세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자상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많은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

사업초기에는 매출이 별로 발생하지 않으면서 고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가 많다면서, 대개 사업초기에 비용은 많이 쓰게 되면서도 세금계산서 등을 잘 챙기지 않아 이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어 오히려 세금을 더 내는 경우도 있으니 각종 영수증과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영수증 등을 잘 챙기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남편의 회사는 사업규모로 보아 '간편장부' 대상자이니 금전출납부처럼 간단히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면 기장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도 가르쳐줬다.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민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민원처리시스템도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아니, 세무서에서는 어떻게든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려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절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

소 의외였다. 세금에 대한 모든 걱정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자금부족이나 경영부실 등으로 부도났으면 났지 세금 때문에 부도났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그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직원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표정을 지켜보던 직원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국세청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세금상담도 하면서 세금교육과 홍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왕 손님께서도 세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시니까 국민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 지에 대해 몇 말씀 드려도 될까요?"

일보러 온 사람도 뜸한 것 같고 나도 시간 여유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긴장도 많이 풀렸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정부는 국방ㆍ외교ㆍ치안 등 국가유지를 위한 기본적 활동을 하면서 경제성장을 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하고, 사회복지부문에 지출하기 위하여 수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가계나 민간기업처럼 직접적인 수익창출을 위하여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없으니까, 조세라는 강제적인 방법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를 '재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가계만 소비주체로 알고 있지만 기업이나 국가도 커다란 소비 주체들입니다.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조세를 비롯한 각종 수입은 예산제도를 통하여 국민에게 다시 지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세는 학교를 짓고 교육기자재를 구입하고,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등의 활동에 쓰여지는데, 이 지출은 관련분야 기업들 즉 건설업이나 교육기자재 사업자들의 수입으로 연결되며, 교사의 봉급을 비롯해 교육종사자들의 수입은 가계수입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국가ㆍ기업ㆍ가계라는 경제 주체들이 3개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나라 전체의 경제활동이 수행되는 것입니다.

또 민간이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도로, 철도, 공항, 항구 등의 사회간접시설 확충에도 많은 예산을 지출합니다. 그런 대형공사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서 수입을 올리겠습니까. 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소득을 올리겠죠? 국가는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서 세금을 징수하고 다시 필요한 곳에 지출하여 기업이나 가계가 소득을 올리게 하는 것이죠.

최근에 영종도 신공항이나, 서해안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등 많은 시설들이 완공되었는데 이는 모두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것이죠. 부수적으로 시설들을 구경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늘어 지역민들의 수입도 늘었다고 하던데요. 길이 뚫리면 사람이 찾아가게 되어 있잖아요. 사람이 모여들면 그곳에서 돈을 쓰게 되어 있으니 그 지역민들의 수입도 여러 가지 형태로 늘어나게 되죠."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에는 내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모두 세금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지난 IMF 때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으로 제일 먼저 부실은행들을 구조조정하여 빠르게 금융시스템을 복구하였죠. 만일 금융이 무너졌다면 우리 나라는 남미처럼 지금도 혼란상태일거예요. 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려 실직자들이 자영업을 하도록 하였고, 국가는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지역경제를 지탱하였잖아요."

"이렇게 각 분야에서 국가지출이 원활히 이루어진 것은 모두 세금이 잘 걷혔기 때문인데, 세금이 잘 걷힌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몇 년전부터 활성화된 신용카드가 큰 몫을 한 것 같아요. 신용카드 사용에 전 국민이 잘 협조해 준 덕분이고 번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제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아요."

직원의 설명은 단순히 홍보성이 아니었다. '손에 잡히는 경제'처럼 많은 경제활동들이 아주 쉽게 내게 이해됐다.

은 안개처럼 나를 감싸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도 말끔히 사라졌다. 사업도 어떻게 하면 잘 되겠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럼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이 애국자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를 살리면서 자기도 더불어 잘 살게 되겠지요. 경제활동이 우리의 몸속에 흐르는 피와 같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피를 수혈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해주는 것이 바로 세금의 역할이죠."

미국처럼 우리 나라도 세금 잘 내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에서 나오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예전에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세무서 문턱이 내 마음 속에서 이미 매우 낮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세금을 잘 내면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도 즐거워졌다. 남편이 사업을 잘 하면 결국 세금도 잘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니 이제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서인지 요즘은 삶에 다시 활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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