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9.21. (토)

내국세

[납세자의 날 현상공모 주부세금수기 입상작]은상 수상작

신용카드 단말기가 나에게 행운을 - 김현희(전남 순천시)


"통닭 장사하면서 무슨 신용카드 단말기?
행운이라는건 준비하는 자만의 몫이다
그날의 장부를 보며 투명사회 일조 뿌듯"

편과 두 아이의 뒷바라지에 살림만 하고 살다가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조금씩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나만의 창업을 준비해 왔었다. 그러다가 2002.2.1을 기점으로 드디어 치킨 체인점 가게 주인이 되었다. 아파트 상가 건물에 KOC라는 치킨 체인점 간판을 다는 순간 마치 대그룹의 회장이라도 된 것 마냥 들뜬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건 또 다른 내 삶의 시작과 마찬가지였다.

혼전에 크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에 경리로 근무한 경험을 생각하며 시청에서 허가증을 교부받아 세무서로 당당하게 찾아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담당하시는 분에게 간편 장부와 신용카드 등의 세금상식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결혼전 경리업무 관계로 세무서를 드나들 때와는 분위기가 정 반대였다. 그땐 왠지 모르게 위압감 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친절과 미소로 나에게 설명하고 있는 직원이 너무 고맙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줄을 그으면서 설명하시는 그분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장사를 하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나요?"라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분은 웃으시면서 "세금은 내가 장사하는 만큼만 내면 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시면서 세금을 많이 내고 싶으시면 열심히 하셔서 돈 많이 버시면 됩니다"라는 농담 섞인 말씀도 하셨다. 처음 하는 장사이기에 사뭇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열심히 하시면 잘 되실 겁니다"라는 용기도 북돋아 주셨다. 너무나 고마우신 분이셨다. 나도 모르게 자신감도 생기면서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서 액자에 넣어 가게 중앙에 걸어놓으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 세무서 직원 말대로 간편장부를 하나 구입해 닭과 양념류 기타 비용을 적고 그날 그날의 매출액을 꼬박꼬박 적었으며 영수증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용카드 단말기 회사에 연락을 해서 카드단말기도 설치했다.

상가에 작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통닭 장사하면서 무슨 신용카드 단말기냐" 하시면서 카드기로 결제를 하면 수수료 문제에서부터 세무서에도 그 금액을 다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들 하셨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치킨과 호프를 같이 하기 때문에 배달은 현금장사일지 모르지만 가게에 손님이 오셨을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누구나 물건을 구입하면 세금상식이 높기 때문에 신용카드로 결제를 요구하지,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그 신용카드 결제 손님도 수수료나 세금문제 때문에 놓치고 싶지는 않았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이유로 내 가게를 찾아 준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 집처럼 편안한 가게를 만들고 싶었고, 내가 장사하는 것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부터도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남편이 회사에서 연말정산 공제혜택을 받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난 결심을 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내 가게에 오신 손님은 신용카드로 결제를 요구할 경우 "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면서 받을 거라고…. 결국 가곡동에 위치한 작은 치킨집이었지만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여 영업을 시작하였다. 물론 출입문에는 결제 가능한 카드가맹점 스티커도 붙여 놓았다.

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손님께서 가게로 들어오시며, 문에 표시된 각종 신용카드 가맹점 스티커를 유심히 지켜보시더니 "치킨집에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네요?"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물론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순천시내에 신용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는 치킨집을 찾아 다녔다고 하시는 것이다.

이유인즉 광양에 있는 대기업체에 다니시는데 내일 야유회 행사가 있어서 치킨 200마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난 20마리도 아닌 200마리라는 말에 다시 한 번 "200마리라고 하셨습니까?"라고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손님께서는 분명하게 "200마리입니다. 안되나요?"라고 하셨다. 난 너무 좋아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맛있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리자 그분은 선금으로 3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주셨다. 잔금은 내일 치킨을 인수받은 후 결제를 해 주기로 하셨고 맛있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명함을 남기고 가셨다.

서둘러 체인 대리점에 연락해 닭을 주문하고 주위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치킨 200마리를 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내 입가엔 자꾸만 싱글벙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만약에 '내가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하면서…. 그 날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고모네 가족까지 오셔서 다음날 약속한 시간까지 밤을 꼬박 새워 치킨 200마리를 준비해 정성껏 포장해 드렸다. 물론 감사의 마음으로 조금의 가격할인 혜택을 제공하였고 부재료도 아끼지 않고 준비했다. 그 손님도 매우 흡족해 하셨고 나머지 잔금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주셨다. 그리고 후에도 이런 행사 때 치킨이 필요하면 꼭 다시 신용카드가 결제되는 이곳에 와서 주문하겠다는 약속도 하셨다. 치킨집에도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가 되어 있어서 너무나 좋다고 하면서 가셨다.

손님에게 많은 주문량을 챙겨서 보내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나른함과 함께 말로는 형언하지 못할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신용카드 단말기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거라고…". 그날은 밤새워 통닭을 준비하느라 피곤하였지만 장부에 기재되어 있는 그날의 매출액은 아주 큰 금액이 적히게 되었다. 만약에 작은 욕심을 가지고 상가 사람들 말처럼 신용카드 수수료나 세금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그날의 행운은 나에게 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행운이라는 건 준비하는 자만의 몫이라는 걸 느꼈다.

이제 개업한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있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조그마한 치킨 체인점이지만 우리 가게에 맛과 서비스가 좋다고 단골이 되어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리고 맛있게 드시고 적은 금액이라도 부담없이 카드 결제를 하시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역시 흐뭇하다. 가끔 그날의(카드 단말기가 가져다 준 행운) 장부를 펼쳐보면 백만원이 넘는 매출액이 적혀져 있는걸 보며 다시 한 번 나의 현명한 판단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마치 투명사회를 요구하는 세상에 일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지곤 한다. 처음 하는 장사라 힘들 때도 많이 있지만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배워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7월이 되면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기간이 된다. 나에게도 신고서가 날아오겠지? 난 당당하게 내가 모아 두었던 신용카드 발행전표와 세금계산서, 그리고 꼬박꼬박 적어놓은 매출 장부를 보고 신고해야겠다. 나에게도 치킨집 사장 자격으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첫 매출액과 그에 따른 세금을 신고해서 낼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신용카드 공제 혜택도…. 난 이제 당당한 대한민국의 납세자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신용카드 단말기가 결코 무거운 짐은 아니라는 걸. 그것은 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요, 정성이라는 걸. 그리고 또다른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 장사하시는 여러분!

여러분도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하셔서 저처럼 큰 행운을 누리세요. 꼭이요"라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