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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경제/기업

[정책제안]자유기업원의 '국민납부지원청' 설립

국세ㆍ지방세ㆍ4대 보험 징수기관 통합


부서 잦은 인사 이동인해 지방세 징수 전문성 부족
징수체계 일원화로 인력감축 필요 타기관 재배치등 효율성 제고돼야



최광 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조세연구원장
·前 보건복지부 장관


Ⅰ.문제의 제기
우리 모두는 두가지 세금, 즉 국세와 지방세, 그리고 네가지 보험 즉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과 밀접히 관련돼 생활하고 있기에 이들과 관련된 정책은 우리 모두의 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을 두고 형평성 효율성과 같은 정책적 측면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나 조세와 보험료의 징수와 관련된 행정적 측면은 거의 논의가 없었다.

그 결과 크게 두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데, 그 첫째는 이들 조세 및 보험료의 징수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는 점이고, 둘째는 징수행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세정책과 보험정책의 본래의 의도가 달성되지 못하고 정책의도가 크게 왜곡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놓고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 있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각 가입자의 소득 및 재산의 정확한 파악이라는 징수행정의 문제이다. 수년전 지방세 징수비리가 크게 사회문제화됐을 때나 최근 보험료 부담의 공평성 문제가 정책이슈화됐을 때, 모두 정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임기응변적으로만 대응했다.

행정의 측면에서 볼때 문제의 핵심은 징수 및 납부가 작은 마찰과 적은 징수비용으로 얼마나 정확히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다. 세금이든 보험료든 징수체계, 징수조직, 그리고 납부자들의 직ㆍ간접적 부담을 고려하면 현행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고 유지돼서도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을 하여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두가지 세금과 네가지 보험료 등 여섯가지 부담을 두고 징수하는 기관이 각기 다르다. 국세의 경우 국세청과 관세청이 징수하며 지방세는 253개 지방자치단체가 징수기관이다. 4대 보험의 징수기관은 국민연금의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의 건강보험관리공단, 그리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근로복지공단이다. 이 모든 징수기관을 하나로 통합해 '국민납부지원청'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Ⅱ. 국세 및 지방세 행정:문제와 통합의 논리
조세는 세법으로 표현되는 조세제도(세제)와 이를 집행하는 조세행정(세정)으로 구분된다. 세제 및 세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가장 중요한 경기규칙의 하나이다. 따라서 가장 공평하고 효율적인 경기규칙의 형태로써 세제와 세정을 구축하고, 이를 엄격히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세 14개 세목(稅目), 지방세 17개 세목하에 도합 31개의 세목이 있다. 국세 징수를 위해 국세청 1만7천여명, 관세청 4천200명의 공무원이 있고, 지방세 징수를 위해 1만2천여명의 공무원이 있다. 2001년의 경우 관세를 제외한 국세수입이 89조2천억원이므로 직원 1인당 징수액은 5억2천만원이고, 관세수입이 6조7천억원이므로 1인당 징수액은 1억6천만원이며, 지방세 징수액은 23조5천억원이므로 1인당 징수액은 1억9천600만원이다. 물론 국세ㆍ관세ㆍ지방세의 과세 대상과 관련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기에 단순한 평면적 비교로써 행정의 상대적 효율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내국세ㆍ관세ㆍ지방세가 완전히 분리된 기관에 의해 징수되는 것은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바 그 핵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지적돼야 할 것은 지방세 징수에 있어 전문성의 부족이다. 지방공무원은 성격상 주민에 밀착돼 아주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농업ㆍ농촌지도를 하면서 지방세 징수를 하며, 또한 부서 내부에서 인사이동이 잦아 지방세 징수행정의 전문화가 실제로 어려운 상태이다.

둘째로 지방세ㆍ국세ㆍ관세 모두 기본적으로 소득 소비 재산 등 같은 것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바 지금과 같이 각기 징수기관이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 각 징수기관이 같은 과세 대상을 놓고 각기 별도의 대장을 작성ㆍ유지해야 하는 한, 불합리와 비효율의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같은 토지에 대해 국세인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토지대장과 지방세인 종합토지세 부과를 위한 토지대장을 대한민국안에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보유ㆍ관리할 필요가 없다. 같은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별도로 징수돼야 할 논리를 찾기가 어렵다. 내국세 행정과 관세행정이 우리 나라에서는 분리돼 있으나 영국의 경우 관세 및 개별 소비세청(Customs and Excise Service)이라 하여 통합돼 있다.

지방세와 국세의 징수기관을 통합하면 혹자는 지방자치가 저해될 것으로 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방세와 관련된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결정권을 갖게 하면 징수행정의 통합으로 지방자치가 저해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Ⅲ. 4대 사회보험제도의 관리ㆍ운영체계:문제점과 개혁방안
우리 나라의 사회보험제도는 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노동부에서 관장하고 있으며, 각 사회보험의 관리운영은 담당부처별 산하의 별도 기구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4대 보험 각 징수기관의 인력과 그 대상인력을 살펴보면 2002년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직원 약 4천여명, 연금가입자 1천200여만명이고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경우 직원 1만400여명, 지역세대주 860여만명, 직장세대주 800여만명이다. 고용 및 산재보험의 경우 직원 1천800여명이 고용보험 대상자 700여만명, 산재보험대상자 1천여만여명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현재 징수하고 있다. 4대 보험 대상자는 4천700만 우리 국민이며 이를 위한 징수인력은 도합 1만6천여명이다.

4대 사회보험의 관리ㆍ운영체계상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업무중복으로 관리상 비효율이 발생하고 사업주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으며 둘째, 사회보험과 급여 및 징수에서 연계가 미흡하며 셋째, 관장부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회보험이 개별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넷째, 공급자 중심으로 관리ㆍ운영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며 '4대 보험제도 개선위원회'에서 몇가지 안을 검토한 바 있다. 제1안은 보건복지부에서 관장하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통합하고 노동부에서 관장하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통합하는 것이고, 제2안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및 고용보험을 통합하고 산재보험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제3안은 4대 사회보험 모두를 통합하는 것 등이었다. 세가지 제안 중 위원회의 결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3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보험료 징수를 일원화할 경우 4대 보험과 관련된 복지정책이 그르쳐질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다. 4대 보험 관련 정책은 복지부와 노동부가 현재와 같이 수립하도록 하되 보험료의 적용ㆍ부과ㆍ징수행정 자체만 일원화하기에 관련 정책의 수립ㆍ집행을 두고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Ⅳ. 통합과 '국민납부지원청'의 성립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나 노동부의 산하단체더러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사정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같은 소득과 재산을 대상으로 하여 세금과 보험료를 징수하면서 각기의 대장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이다.

2개 조세와 4개 보험을 두고 징수인원, 징수조직, 납부자 수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봐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중복되고 있다. 관련 비용 또한 엄청나다. 세금 징수인력 3만4천여명, 보험료 징수인력 1만6천여명, 도합 5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를 국세청이 주축이 되는 '국민납부지원청'으로 통합할 경우 현재 인원의 50% 수준인 2만5천여명으로 현재의 적용ㆍ부과ㆍ징수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절감 효과도 효과지만 징수행정이 전문가 집단에 의해 효율적으로 이뤄짐으로 해서 납부자와의 마찰도 축소되고 정책의도도 보다 정확히 반영될 수 있다.

징수 일원화로 많은 인력이 감축될 것이기에 해당 기관 종사자들의 통합에 대한 반대가 거셀 것이다. 과도기적으로 4대 보험의 급여와 자산운용과 관련된 인력은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나, 이 또한 장기적으로 관련 금융기관에 위탁할 수 있을 것이다. 징수활동의 통합에 따른 감축인력은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는 사회복지전달체계 등 여타 공공부문에 재배치되면 된다.

공공부문 개혁은 세계 각국의 주된 관심사항이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효율성 제고는 가장 핵심적 내용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징수는 국가의 재정운용과 관련, 그리고 4대 보험은 국가의 복지정책과 관련해 참으로 지대한 역할을 한다. 징수행정 자체의 효율화나 원래의 조세정책 및 복지정책의 합리화를 위해서 2개 조세와 4대 보험 징수행정의 통합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통합이라는 발상에 덧붙여 새로운 기관의 새로운 명칭 자체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납부지원청'이란 명칭은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면 당연히 '국민부담징수청'이 될 것이다. '국민부담징수청'이라 하면 징수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데 비해 '국민납부지원청'이라 하면 납부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전자보다 후자가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세금 징수를 관장하는 조직의 명칭이 미국의 경우 'Internal Revenue Service'이고, 영국의 경우 'Inland Revenue Service'이다. 이 명칭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Service이다. 관청 이름을 Service로 표현하는 것은 징세자 중심이 아니라 납세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본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국세청의 영문표기가 이전에'National Tax Administration'이었던 것이 최근에'National Tax Service'로 외형상 바뀌긴 하였다. '국세청'이라는 국문명칭도 '국세납부지원청'이라고 바꾸는 것이 영문표기의 올바른 번역으로, 그리고 세정의 기능을 올바르게 인식했다는 표상으로 필요하다.

조세든 보험이든 국민들로 하여금 관련법에 규정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소정의 세금과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징수행정의 목적이기에 통합기관을 '국민납부지원청'으로 명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민납부지원청'의 설립으로 보다 전문화된 인력에 의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시키면서 조세 및 보험료가 징수돼 관련 정책의 추진이 반석위에 올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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