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9.21. (토)

내국세

[세정연구실-②]세무행정의 개혁과제와 과학화의기반조성

"세정개혁 선결요건은 금융ㆍ부동산 실명제 정착"


◇ 개혁의 목표와 그 과제

21세기는 전자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변화, 경제의 세계화에 의한 복잡한 국제거래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종래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재화와 용역의 출현 및 경제거래 새로운 유형의 급속한 생성과 소멸이 거듭되고 있고, 또한 거듭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맞는 세무행정은 여러가지 어려운 과제에 봉착하면서 이를 해결해 나가게 될 것이다.

우선 세무행정기구 자체를 시대 변화에 맞도록 계속 조직 구조를 조정해 가야 할 것이고, 아울러 우수한 인적 자원을 육성하고 보유하면서 경제시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술 수준에 떨어지지 않는 전산 설비와 조직의 지속적인 현대화를 통해 경제거래를 추적하고, 과세하고, 징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세무행정은 본래의 조세징수 기능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납세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발적 납세순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납세자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세의 징수기능과 납세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서비스기능은 상호 균형을 맞춰야 한다. 물론 세무행정의 현대화 개혁이 필요하고 납세자의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에 충실하되 병행해 세무행정 종사자로 하여금 본래적으로 인기없는 세무행정업무의 수행권한이 적정하게 보장되도록 입법적으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OECD에서 보는 바람직한 세무행정의 원칙은 ▶세무행정기관의 주된 임무는 납세자의 조세법 순응을 확보하는 일 ▶자발적인 납세순응의 제고 ▶납세자의 자발적인 납세순응은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만이 아니라 명확ㆍ단순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행정조직과 납세절차의 증진 ▶납세자의 자발적인 납세순응이 저조할 때 세무행정 당국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목표전략의 발전 ▶경제의 세계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 포착 및 새로운 도전의 준비 등이다.

이밖에 세무행정조직은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공평하게 대우를 받으면서 업무 수행상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숙련된 세무공무원은 납세자를 상대로 한 세무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공평하게 행동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세무공무원의 채용, 승진 및 해임 등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세무행정의 적정성이 제고되므로, 세무행정에 대해 사회공동체가 부여하는 신뢰성은 행동강령(codes of conduct) 및 사익과 공익의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규칙(rules on conflict of interest) 등 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더욱 제고될 수 있다. 

또 납세자로부터 신뢰받기 위한 세무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세무행정 당국이 직면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천차만별한 납세자 각자의 개인적 환경 및 그 변화에 대처하는 일 ▶세무행정 당국의 有能性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세무행정정책의 개발과 조세절차의 변경에 대해 납세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자세 ▶세무행정의 투명한 절차와 내국세법, 국제조세조약 및 그 규범에 적합한 절차규범을 변함없이 준수 ▶납세자의 세무정보는 법에 의해 허용되는 범위안에서만 활용 등이다.

◇ 세정 과학화와 사회적 조세 인프라 확충

세제와 세정은 홀로의 힘만으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세원 자체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그 위에서 활동하는 사경제행위에 의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의미하며, 세무행정은 그러한 세원을 포착하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조세의 결함을 간접적으로 보완하는 사회적 조세 인프라의 하나가 금융실명제이다. 금융실명제를 명실상부하게 정착시키면 금융소득의 세원 포착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를 세원으로 포착해 세제 본래의 기능이 일층 제고되고, 세무행정을 과학화 객관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부동산의 보유과세와 양도차익 과세는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없이는 이를 공평하게 과세하는 세무행정을 실현할 수 없다. 지난날 양도소득세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화했지만 그 세수는 매우 미미하게 신장해 왔다. 이러한 조세회피는 조세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성하는 등기제도에 의해 자동적으로 견제되지 않는 한 세무행정의 강화만으로는 부동산 투기의 봉쇄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지난 날, 특히 금융자산의 차명거래와 부동산 소유의 명의신탁은 상속세ㆍ증여세의 과세까지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정착시키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세제를 아무리 공평하고 치밀하게 구상해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능은 언제나 낙후된 후진적 세제를 탈피하지 못한다. 세무행정이 그러한 이상적인 세제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선진세제ㆍ세정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명실상부한 정착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건국이래 이러한 사회적 조세 인프라의 구축내지 개선 노력에는 태만하면서 조세행정만 합리화ㆍ객관화ㆍ능률화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모순 중에도 큰 모순인 것이다. 양자의 개혁이 병행돼야 세제와 세정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실명제의 차명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자면 차명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차명된 금융자산에 대해 증여추정을 해서 증여세를 부담시키는 방안으로 확충해야 한다.

또 배우자간 예금의 차명거래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 배우자 중 1인에 대한 각종 수사나 또는 세무조사에서는 언제나 배우자 쌍방의 계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 배우자간의 금융자산 차명거래 허용에서 오는 폐단을 견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실명제를 명실상부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의 벽을 견고하게 해야 한다. 현행 제도처럼 계좌추적권을 여러가지 국가기관에 여기 저기 부여하면서 그 권한을 발동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모호하게 설정하거나 수사기관이 법관의 영장도 없이 금융기관의 감독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원을 앞세워 금융계좌를 추적하는 폐단을 일소할 수 있는 장치가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 방안은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고, 영장없는 계좌추적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강도를 강화하는 것과 ▶법관의 영장 또는 계좌추적권 행사의 적부에 대한 결정 등에는 추적할 수 있는 관련 금융계좌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산소득 부부 합산과세의 위헌결정을 소득세법의 개정으로 수용함에 있어서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종전의 부부합산으로 종합과세되는 금융소득의 연간 기준금액 4천만원을 그대로 둔 채 배우자 각자별로 종합과세 하도록 바꿨다. 상식에 맞는 이치대로라면 배우자 두사람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연간 기준금액 4천만원을 금융소득의 배우자간 합산없이 각자별로 종합과세한다면, 이를 둘로 나눠 종합과세 연간 기준금액을 2천만원으로 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순리이다.

이와 같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확충은 현행 금융실명제하에서 성행되고 있는 차명거래를 간접적으로 억제함으로써 금융실명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사실 투명사회로 가려면, 그리고 공평과세를 실현하려면 금융실명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확충을 통해 차명거래를 견제해 이를 정착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개인소득세는 종합과세 폭을 점차 넓혀 가는 것이 바른 길이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넓은 세원의 확충이 실현 가능한 것이다. 

이밖에 부동산실명제는 비록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정도의 그 실효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상당한 수준으로 정비돼 있다. 이를 착실하게 집행하려는 정부의지만 있으면 그 정착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이상적인 실명거래는 등기공무원에게 실질적 심사권(등기에 공신력이 없는 현행 등기제도하에서는 등기공무원에게 형식적 심사권만 부여돼 있다)을 부여해 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실시할 수 없다면, 현행법에서 그 법의 위반에 대해 과하는 과징금의 제재는 그대로 두면서 이를 제대로 운용하고, 중복적 제재로 과하는 형사벌은 이를 삭제해도 부동산의 명의신탁 금지를 실현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본다.

이러한 형사벌의 제재를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을 조세포탈수단으로 악용한 자에 대해서는 과징금 외에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형사벌을 과할 수 있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법의 실효성 있는 운용의지만 있으면 부동산실명제의 실현과 조세포탈 방지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신용카드의 사용 활성화에 대해 세제로 이를 유인하면서 국세청이 그 사용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유도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부가가치세의 세액공제는 신용카드 매출에 대해 부여하는 정도의 유인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보다 직불카드의 사용을 유인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근로소득에서 소득공제하는 한시적으로라도 그 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직불카드와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형평의 논리에서 타당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신용카드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 반면 직불카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 유인정책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세제상의 유인정책만으로는 그 사용 활성화를 유도하는데 역부족이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거래정보는 금융실명제가 불완전해 차명거래가 만연되고 있는 한 그 수집만으로는 소기의 성과가 반으로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세무행정은 이를 과세에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제도는 발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기관 등의 과세자료제출제도는 시행기간이 아직 짧다. 그러므로 이 제도에 의해 세무행정의 객관성 제고 내지 세원 포착의 증가 등을 측정해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반면 과세자료를 수집하는 제도의 실시와 집계를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 수집된 과세자료를 적절하게 근거과세의 실현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경우 이는 국민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제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과세자료의 수집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수집된 방대한 과세자료를 근거과세와 세원 발굴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산조직에 의해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