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치장하고 가꾼 간판들이 제각기 눈을 뜨면 나와 마주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름을 지은 사람들의 냄새가 난다 그들을 닮은 간판들이 모인 곳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 주고 받고 사고 팔고 바쁜 시간이 풀려 광주리 안에는 삶의 무게가 얹힌다 비인 곳에선 가느다란 공명을 흔들고 껍질 벗은 희망이 꿈틀대는 밤 쌓이는 어둠을 몰아내는 네온사인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등짐을 지운다 크고 작은, 빠르고 느린 그림자들을... 저들은 아직도 채우지 못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간판 속으로, 간판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