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이 분주해지고 한 남자가 셔터를 내리고 있다 초점 잃은 초라한 간판 끔벅거리고 가슴에 얹힌 비애가 턱으로 삐져나온 듯 덥수룩한 턱수염 주위의 현란한 불빛들에 반짝인다 오늘 매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을 친 것은 아닐까 저 화려한 네온사인의 중심에서 탐욕의 눈빛을 번득였을 듯한 눈초리는 간데 없고, 냄새나는 거리에서 덧없는 하루를 닫고 있다 삐걱거리며 내려오는 셔터소리가 도시의 시린 가슴을 가르고 어둠 속으로 길게 찢겨나간다 한때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주인이었을지도 모를 구부린 등뒤로 어슬렁거리는 환멸의 공허한 비웃음들 녹슨 기억의 자물통을 잠그면 주름진 셔터가 하루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