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10.06. (일)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셔터 내리는 남자

-이희섭(안양署)


네온사인이 분주해지고
한 남자가 셔터를 내리고 있다
초점 잃은 초라한 간판 끔벅거리고
가슴에 얹힌 비애가 턱으로
삐져나온 듯 덥수룩한 턱수염
주위의 현란한 불빛들에 반짝인다
오늘 매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을 친 것은 아닐까
저 화려한 네온사인의 중심에서
탐욕의 눈빛을 번득였을 듯한
눈초리는 간데 없고,
냄새나는 거리에서 덧없는
하루를 닫고 있다
삐걱거리며 내려오는 셔터소리가
도시의 시린 가슴을 가르고
어둠 속으로 길게 찢겨나간다
한때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주인이었을지도 모를
구부린 등뒤로 어슬렁거리는
환멸의 공허한 비웃음들
녹슨 기억의 자물통을 잠그면
주름진 셔터가 하루를 닫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