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장성 할인요소 미반영…실제가치와 괴리
객관적·합리적인 개별평가원칙 도입해야
한국세무학회 세제포럼에서 주장 나와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액이 실제 시장 가치보다 고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재원·조형태 홍익대 교수, 황선필 순천향대 교수는 18일 서울 트레이드타워 51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세무학회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의 개선방안에 대한 세제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학계와 실무현장에서 오랫동안 제기했던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의 합리성 문제를 다시 조망하고 해외 세제와의 비교, 평가관련 최근 데이터 분석 결과, 제도적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비상장 주식은 시장성이 없어 상장주식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를 비시장성 할인(DLOM)이라고 한다.
미국은 개별기업의 특성에 따라 통상 20%~40% 비시장성 할인율을 적용한다. 일본은 기업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30%(대), 40%(중), 50%(소)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비시장성 할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아, 시가보다 고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액을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3대 1로 가중 평균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산정하고, 순자산가치의 80% 하한을 적용한다. 부동산 보유비중이 높은 경우 순자산가치에 높은 가중치(60% 또는 100%)가 적용된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상장법인 시가를 기준가격으로 하여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액이 적정하게 할인평가되는지 실증 검증했다. 대부분의 비상장법인이 규모가 영세하고 전통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점을 고려해 코스피 소형주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이 이뤄졌다.
코스피 상장주식 전체를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비상장 주식의 보충적 평가액은 시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시장성 할인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체계적인 과대평가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히 코스피 소형주에서는 보충적 평가액이 오히려 시가보다 1.27배 높게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설정한 규정이 주된 원인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소형주의 PBR(주가/장부상순자산)이 평균 0.45 수준(2025년 9월10일 기준, KRX통계)에 불과한데, 가중평균 보충적 평가액의 하한은 순자산가치의 0.8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시장성 할인이 아니라 불합리한 할증평가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운수창고업에서 뚜렷한 할증현상이 관찰됐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저 PER업종으로, 부동산 비중이 높아 순자산가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 소형 건설업종의 경우 보충적 평가액이 시가보다 1.85배나 높게 평가돼 현실과의 괴리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 및 장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단기 개선방안으로는 △하한 규정 완화 △환원율 상향 △비시장성 할인요소 도입 △부동산 보유 비중 가중치 규정 개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현행 80%인 가중평균 보충적 평가액의 하한을 코스피 소형주 PBR(0.45)을 고려해 50%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또한 순손익가치 산정시 적용하는 환원율을 현행 10%에서 1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업 규모와 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30% 내외의 비시장성 할인 요소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부동산 보유비중 가중치 규정을 지주회사에만 적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부동산 개발, 건설, 분양회사는 순손익가치 접근법을 주된 평가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할인매매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 최대주주에 대한 획일적 20% 할증평가를 폐지할 것도 주장했다. 독일과 일본도 이러한 이유로 일률적인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황선필 등(2022)의 연구에 따르면, 2012~2020년 중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된 계약공시(총206건) 중 절반에 가까운 98건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급되지 않고 할인매매됐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는 객관적·합리적인 개별평가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우선 유사상장기업의 시가가 관찰 가능한 중견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일본과 유사한 시가조정방식을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세청에 전문 평가 조직을 신설해 납세자에 상세한 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합리적 평가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세 기업은 납세자 편의를 고려해 현행 보충적 평가 방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평가 규정의 근본적인 목적은 평가기준일 현재 평가대상 재산 시가를 객관적·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단순하고 획일적인 방법은 실제 가치와 동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돼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