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글 국세청 내부게시판 게재와 관련 파면에 이어 고소를 당한 김동일 나주세무서 계장이 이메일을 통해 ‘검찰 고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저를 부엉이 바위에 서게 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부분에 대해 세정가에서는 계속 설왕설래.
이 표현에 대해 '국세청을 향한 어이 없는 엄포다'라고 보는 시각과 '사람일은 모른다, 얼마나 억울하다고 생각 했으면 그런 표현을 했겠느냐'는 등으로 평가가 갈리고 있다.
한 일선 관리자는 "내용을 보면 엄포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지금은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피력.
그러나 다른 한 관리자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많은 직원들 가운데 나온 하나의 불만 목소리로, 또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보는데 이렇게까지 일이 확대 된 것은 못내 아쉽다"면서 "아무리 하찮은 일도 꼬이게 하려면 꼬이게 할 수 있고, 가벼이 넘기려면 얼마든지 가벼이 넘길 수 있는 것"이라고 잘 잘못을 판단하기 이전에'현명한 대처 부재' 쪽에 무게.
'일부 표현 지나쳐' 김 씨 행동도 '부적절'
반면 김동일 계장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서도 '꼭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라며 나무라는 인사들도 있다.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런식으로 표출하면 어느 조직이든 온전한 조직운영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비록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 내부 전산망이라고는 하지만 2만 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다 문제의 글을 올린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
특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에게 듣기 거북한 용어를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감정에 치우친 감이 짙으며, 그래서 온당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을 지적하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김동일 계장이 쓴 글의 내용중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표현 용어가 너무 거친 바람에 원래의 뜻이 희석된 면이 있다고 지적 한다.
한 일선 직원은 "국세청장들이 연달아 안좋은 일로 물러나고, 관련 사건이 세상에 떠들썩할때 심한 억하심정이 생기더라"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보는 공간에서는 표현이 절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세청 일부 고위직 진로에도 악영향? '촉각'
세정가에서는 전직 국세청장의 연이은 불명예퇴진으로 인해 국세청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데 이어, 이번에는 전직의 그런 잘못을 성토 했다고 해서 '파면'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외부에서는 자칫 국세청이 반성은 커녕 잘 못을 지적하는 직원을 처벌하는'경직된 조직'으로 비칠 수도 있게 했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국세청장 인선에 외부로 드러날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렇지 이사건이 참고가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일개 직원 신상문제로 사상 처음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세청을 항의방문하고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국세청 비난 성명을 내는 상황은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따라서 허병익 차장을 비롯 일부 국세청 고위직 진로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
한 일선 관리자는 "아마 국세청 최상층부에서는 이 사건을 이렇게까지 몰고가려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면서 "직원 관리를 맡고 있는 실무팀이 기강확립 등을 내 세우면서 엄벌을 건의 하면 지휘층에서는 보통 그것을 따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층부에 현장 분위기 제대로 전했나…보좌진 역할론
또 다른 관리자는 "지휘자를 보좌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도 직원들의 정서나 현장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소상히 알 수 없는 상층부에서 설령 강력 처벌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직원들의 현장정서와 세간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의무인 실무팀에서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상층부를 설득해 완충역할을 했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큰 틀에서의 조직을 위하는 일이며 보좌의 본분인데 이번 일을 보니 애당초 그런 기대는 사치스러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피력.
일부 직원들은 "직원 하나를 요절 내는데는 성공했을 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체 조직으로 돌아왔다"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하부직원들은 상부의 잘못에도 입을 다물어야하고, 싫은 소리하면 처벌 받는 기관으로 국세청이 국민들에게 인식 될 수 있는 것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 "내부비판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가 22일 공정거래위원장 퇴임 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관심을 모은다.
그는 '국세청에서 직원이 전임 청장 비판글과 관련해 파편되고 그로 인한 논란을 알 고 있느냐'는 질문에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내부비판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백 내정자가 국세청이 김동일 계장에게 내린 파면 징계가 가혹했다는 생각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또 국세청장에 취임 하면 내부든 외부든 들려 오는 비판 목소리를 '전향적으로 경청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징계처분이 종결 된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가 소청심사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변성이 생긴셈이라는 견해가 많다.
다수의 하급 직원들은 비록 김 계장의 행동이 도에 넘는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파면은 너무 심했다'는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문제의 전임 청장들에 의한 피해의식과 그에따른 보상심리, '인권'과 직원 권익 등을 감안한 정서로 보인다.
한 일선 직원은 "징계를 내린 상부에서는 이사건이 빨리 잊혀지기를 고대 할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이미 단순한 어느 특정인에 국한 된 일이 아니며, 향후 우리의 인권이 달린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일 계장 예의 주시해야…'만사 불여튼튼' 필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어떤 인사들은 현재 직원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일부인사에 대한 과거 행적 등을 떠 올리며 앞으로 정밀 검증과 계속 주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한다.
한편 김동일 계장이 '부엉이바위에 서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은 단순히 착잡한 심경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싶지만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지방청 관리자는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엉뚱한 일이라도 생기면 아마 국세청은 상상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면서" '만사 불여 튼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파면이라는 징계수위가 정당했다면 백번을 설명해서라도 당사자가 '내가 왜 파면이라는 처벌을 받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만약 그것이 부족할 경우 당사자의 반발이 정당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