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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7.04. (목)

내국세

'세금고액체납' 명단 공개하는데도 효과는 제자리

세무행정 정상화차원서 체납근절책 강력 추진…대안도 필요

국세 및 관세 고액체납 관행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별도 징수조직 가동 등 과세관청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고액체납액만 무려 5조원에 달할 정도로 징세행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세금 고액·장기 체납'을 구조적·고질적 악습으로 규정하고 내년부터 대대적인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체납 1년 경과·5억원 이상'의 고액·상습체납자 2천59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관세청 또한 지난 12일 78명의 고액체납자 명단을 대내외에 발표했다.

 

이들 국세·관세 체납자의 체납액은 모두 합해 4조9천50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세 및 관세 고액체납 규모는 인원이나 액수 면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 분야의 최근  5년간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현황을 보면 2009년 656명, 2010년 2천797명, 2011년 1천313명, 지난해 7천213명에 이어 올해 2천598명으로 총 1만4천577명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2009년 2조5천417억, 2010년 5조6천413억, 2011년 3조2천774억, 지난해 11조777억에 이어 올해 4조7천9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공개 대상자가 지난해 7천213명보다 4천615명이 감소했지만, 명단공개기준이 하향돼 지난해 공개된 인원이 일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올해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고액체납자들의 체납규모를 최근 5년 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2~5조원대에 달하는 실정이다.

 

반면, 고액체납자들의 명단공개 시행 이후 납부금액은 2009년 509억원, 2010년 303억원, 2011년 577억원, 2012년 723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711억원에 그치고 있다.

 

관세청 역시  2009년 32명(체납액 1천15억원) 2010년 25명(808억원), 2011년 43명(970억원), 지난해 81명(1천620억원), 올해 78명(1천596억원)의 고액체납자 명단을 공개했지만, 체납액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수납금액은 5억9천만원 수준으로 수납률은 0.25%에 불과했다.

 

물론, 체납자 명단공개가 전체 납세자의 체납발생을 억제하고 성숙한 납세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하는 효과도 있지만, 공개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연도별로 중복된 체납자 및 체납금액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상습체납자 증가와 체납액 징수미미는 체납관리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액·상습 체납 문제가 심각성을 더하자 국세청은 지난해 2월 숨긴재산무한추적T/F를 발족했다. 지난 9월에는 숨긴재산추적과로 체납정리조직을 정식 직제화하며 고액체납자의 체납액 징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체납액은 2008년 19조3천560억, 2009년 20조6천685억원, 2010년 22조2천234억원, 2011년 23조3천386억원, 지난해 25조2천58억원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체납징수 민간위탁이라는 강수도 뒀지만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체납국세의 효율적 징수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캠코(한국자산공사)에 국세체납 징수업무를 위탁했지만 8월까지 1조원 가운데 0.03%인 3억원을 징수하는데 그쳤다.

 

관세청 역시 세수기능이 주효한 서울본부세관과 부산본부세관 등 두 곳에 체납관리과를 별도로 직제화해 고질체납에 대처하고 있으며, 부동산·주식 등 재산압류, 해외 출국제한, 입국시 휴대품 검사 등 강도 높은 체납정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 11월말 현재 관세청 총 체납액은 5천877억원에 이른다. 국세보다는 규모면에서 적은 편이나 수입통관과 함께 납세가 이뤄지는 관세업무 특성상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처럼 고액·상습 체납축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절대금액이 줄지 않는 데는 과세기관의 징수효율화와 더불어 이들 악성체납자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동산 등의 자산을 이미 타인 명의로 옮겼으니 과세관청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행태는 결국 세금에 대한 모럴해저드만 일반 납세자들에게 전파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일 140개 국정과제와 함께 국정비전을 실현할 양대 축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분야에서 80개 과제를 선정했는데 세무행정 분야에서는 '세금 고액·장기 체납 근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고액·상습체납자 근절 업무가 국세청과 관세청의 핵심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며,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체납징수행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방적인 징수강화에 앞서 세금부과의 정당성 확보와 납세자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적인 대안이 함께 마련 돼야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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