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산업기상도는 AI산업 성장세와 트럼프 2기 정책의 유불리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 등은 호실적을 내겠지만 자동차와 철강, 이차전지, 건설은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일 발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반도체산업은 AI산업 성장에 따라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수출 규제 압박 및 관세 인상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데이터센터·서버 등 AI산업 인프라 지속투자, AI기기 시장 출시 기대감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반도체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년 대비 41% 증가한 1천390억불 내외가 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소폭(-2.9%) 감소한 1천350억불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올해 대비 7.9% 증가한 1천872억불로 전망된다”며 “한국 또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스마트폰 AI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수요, 프리미엄 OLED IT·TV 출하량 증가가 호재다. 특히 내년 출시될 아이폰17 전 모델에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될 예정으로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4% 가량 증가한 194.8억불로 예상된다”며 “다만 트럼프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애플 등 국내 패널기업 고객사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는 큰 하방리스크”라고 밝혔다.
조선‧바이오‧기계업은 트럼프 2기 정책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체로 맑은 기상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에너지 운반선(탱커,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대감을 호재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6억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 대응 약화로 인한 친환경선박 교체 수요 감소 가능성과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국제교역 감소 우려 등은 하방요인이다.
바이오산업은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EU·미국의 교체 처방 장려 등의 영향이다. 이 외에도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콜레라 등의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은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규제 적용을 받고 있어 GMP 생산시설 전반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상 직접 제조시설에 대해서만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를 보관·유틸리티 시설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계산업은 수출이 소폭 늘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내 중국산 대체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에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국내 설비투자 부진과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2025년 국내 생산은 올해 대비 1.9% 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이 위협요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철강산업 기상도 역시 ‘흐림’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와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원가 이하 수출공세 등이 기대감을 끌어내렸다. 조규언 철강협회 계장은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이지만, 철강기업들의 신시장 창출 등 수출확대 노력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저가 제품이 가장 큰 하방리스크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중국 제외)은 2021년 18.2%에서 올해 상반기 38%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의 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 확대, 대중(對中)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 공급 과잉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19년부터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율은 수요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부과가 국내와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산 덤핑 물량 증가를 부추기진 않을지 우려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 부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올해 10월까지 누계기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약보합 수준”이라며 ‘흐림’으로 전망했다. 2025년 전체 건설수주 실적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도 기저효과가 크고,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큰 불확실성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리적 외교 노력은 물론,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