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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송년 기자방담]…①

언론사 세무조사 `충격' `논쟁' 사회파장 컸다


올해 조세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다. 제도변화는 물론 인적개편도 많았다. 갖가지 사건 사고가 매스컴과 국민들의 입에 유난히 많이 오르내렸다. 세정은 어느 해보다도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려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조세정의 구현을 앞세우고 성역없는 공평과세 차원에서 연초부터 실시된 중앙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치권과 일반 국민, 국세공무원사이에서 연중 논란이 계속됐고 아직도 불씨로 남아있다. 정치·경제·사회적 소용돌이속에서 그동안 쾌속 순항을 해 오던 `정도세정'이 암초를 만나 항로를 수정해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세제분야에서는 `넓은 세원·낮은 세율'이란 용어를 구사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으나 공적자금 문제와 맞물려 적정 조세부담률 논쟁을 일으켰다. 반면 부동산과 증시를 타깃으로 경기부양를 위해 갖가지 세제지원책을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었고 경제성장에 대한 위기론과 낙관론이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했었다.
세무·회계업계 역시 안팎곱사등처럼 지난했던 한해로 분식회계 파동에 따른 이미지 실추와 인력난, 수임난으로 세무대리업계 경영난이 악화된데다 자격자의 대량 배출로 세무대리업계가 3중고를 겪었다.
올 한해 동안 세정가 현장을 누볐던 본사 및 지방 주재기자들이 올해 조세계를 뒤돌아보면서 미처 다 쓰지 못한 아쉬운 얘기들을 방담으로 엮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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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우선 온 국민의 화두가 됐던 중앙언론사 세무조사가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그 후문들에 대해 얘기해 보죠.
-세정가 사람들은 `국운을 걸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했다'고들 말하더군요. 일각에서 `정치적 의도' 운운할 때면 역정을 낼 정도로 당당한 표정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국세청 개청이래 성역없는 공평과세 의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걸작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결과 발표 당시 대부분이 언론개혁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박수를 쳤지만 일부 언론사와 정치권의 끈질긴 공세로 그 진가가 상당히 퇴색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중일 당시 일부 언론사 간부진들간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대책을 숙의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할테면 하라”며 `추징액 모두를 즉시 현금으로 납부하고 一戰不辭 한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징수 유예상태인 걸로 보면 낭설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사 세무조사 막바지 조사결과 공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을 때 K·H신문사는 일찌감치 스스로 공개할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특히 某 일간지의 경우 일선 세정가에서 주가가 급등한 반면 몇몇 일간지에 대해서는 구독중지 신청을 하는 등 감정대립으로 치닫기도 했지요.

-세무조사 발표가 TV로 생중계되었는데 손영래 청장이 기자들의 일문일답에 들어가자 국세청 간부진들은 만에 하나 잘못 답변할 경우 말꼬리가 잡힐까봐 조마조마했다더군요. 일부 방송사의 생중계 중단에 대해 뒷말도 있었지요.

-언론사와 국세청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국세청 조사요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피자를 배달해 준 시민이 있었는가 하면 언론사에 대해서는 사주의 `전횡 경영'의 각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쇄도했습니다. 한때 서울청 조사국 요원의 제보라며 한나라당이 공개한 언론사 세무조사관련 편지는 끝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는데 조사국 사람들은 문맥의 앞뒤가 맞지 않다며 일고 가치도 없는 제보(?)로 일축하더군요.

〈사회〉지방언론사들의 중앙언론사 세무조사기간 동안 반응은?
-지방방송사와 지방언론사에서는 자신들에 대해 언제 세무조사에 착수할지를 두고 정보입수라인을 풀가동하기도 했고 지방 언론사 간부진이 지방청을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중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구청은 대구매일신문과 보도문제로 감정대립까지 치달아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몇 차례 공방 뒤 수습되기도 했지만 앙금은 여전히 남은 것 같습니다.

-지방언론사 세무조사 착수에 대해 안정남 前 청장이 언급했던 것과는 달리 손영래 신임 청장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방언론사 경영진들이 한숨 놓았다고 하더군요.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후 한나라당의 언론세무조사국정특위팀이 서울청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진병건 당시 서울청장직대가 손 청장의 소재지를 파악하느라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시각 일선 순시를 하고 있었던 손 청장은 이례적으로 수행원 동반도 없이 단신 방문해서 서장과 간단한 요담을 마친 뒤 조용히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더군요.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녁시간까지 기다리는 끈질김도 보여주었지요.

-올 한해 세정은 언론사 세무조사로 시작해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로 점철되었습니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국세청 사람들은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야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언론사 세무조사후 일련의 후폭풍으로 국세청 조직이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도 있어 납세자 언론사 국세청 모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큰 사건이었습니다.

〈사회〉언론사 세무조사에 투입된 서울청 조사국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서울청 조사국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조사기간 내내 사실상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지요. 조사국 각과 사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져 있어 비장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사기간 동안 일체 다른 업무는 하지 않았고, 언론사 세무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국회요구자료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준비하느라 야근은 당연지사였고 스트레스로 심신이 고달펐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언론사 조사기간 동안은 대인기피증 환자처럼 외부사람 만나기를 극히 꺼려하더군요. 저도 답답하더군요. 또 함구령도 내려지기도 했지요.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서울청 某 국장이 사업자와 함께 화투판에 있었다는 某 신문사 보도와 관련 측근에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펄쩍 뛰었지요. 직원들이나 측근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또 워낙 강직한 분이라 신문보도처럼 그런 일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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