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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포럼]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①

납세의식 선진화와 국세행정 개선방향


한국조세연구원(원장·송대희(宋大熙))이 지난달 28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납세의식 선진화와 국세행정의 개선방향'을 주제로 제36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한국조세연구원 김재진 연구위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대한상공회의소 엄기웅 상무, 연세대 윤건영 교수, 녹색소비자연맹 이덕승 사무총장, 국세청 이주석 조사국장, 한국경제신문 최경환 논설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 註〉


“납세民度 감안한 조세정책 세워야”

발표: 김재진
KIPF 연구위원

납세의식은 국가와 국민관계의 기본이고, 상호신뢰와 공동체 의식으로서 공동체 발전의 토대가 되며 선·후진국을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세정책은 조세를 부담하는 납세자의 납세의식을 바탕으로 세워져야 하나 지금까지는 국민의 납세의식과 무관하게 수립됐다.

이에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을 5개 항목으로 구분 조사해 ▶납세의식의 국민경제적 의의 ▶납세의식에 영향을 주는 제반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분석 ▶한국 국민의 납세의식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한국인의 납세의식 수준을 파악해 납세의식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을 ▶조세제도에 대한 이해도(understanding) ▶조세부담에 대한 인식(perception) ▶납세에 대한 순응도(willingness) ▶세무보고에 있어서의 정직성(honesty) ▶납세 기여에 대한 인정(credit of contribution) 등 5개 항목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5개 항목을 바탕으로 한 조사 결과 종합적으로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약 38.7%가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이 “낮은 편이다”라고 응답해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이 “낮은 편이다(38.7%)”라는 의견이 “높은 편이다(14.4%)”보다 절반이상 높아 국민의 조세에 대한 이해도, 조세부담에 대한 인식, 납세순응도, 세무보고시의 정직성, 납세 기여에 대한 인정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들 항목 중 조세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살펴보면 “세금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납세자의 약 63.5%가 자기가 납부하고 있는 세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의 조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조세부담에 대한 인식은 납세자가 피부로 느끼는 주관적 조세부담감이 실제 조세부담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알아본 결과, 납세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조세부담감이 실제의 조세부담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 예로 “소득 중 몇 %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약 49.8%의 응답자가 자신의 소득의 약 5∼15%를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생각해 저소득층이 실제보다 세부담을 과중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에 대한 순응도면에 살펴보면 “어떤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세금을 기꺼이 낸다”는 납세자의 비중이 34.9%, “어쩔 수 없이 낸다”는 44.8%, “빼앗기는 기분이다”는 20.3%로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세금을 기꺼이 내는 납세자의 비중이 아직 낮은 수준이고,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납세순응도가 높은 것을 반증한다.

세무신고에 있어 정직성을 살펴보기 위해 “세금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 결과, 약 80.6%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세금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것에 대하서는 실제 행동과는 달리 규범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중 응답자의 69.9%가 세금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기며, “본받을 만한 행동”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0.7%에 달했다.

납세 기여에 대한 인정에서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사회에 기여도가 큰 사람(18.9%)”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25.8%)”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중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고액납세자를 사회에 기여도가 큰 사람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이 18.9%인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부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조사된 결과로 볼 때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낮은 납세의식을 높이고,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세부담의 적정성, 공평성 및 편의성', `공공재에 대한 국민의 신용', `사회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기업, 납세자 모두의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조세제도를 적정하고 공평하게 설계하고, 국세행정을 투명하고 납세자 편의 위주로 집행해야 하고, 거두어들인 세금을 납세자들의 기호에 맞게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또 기업은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창출하면서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며, 국민들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납세의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 국민들의 국세행정에 대한 인식은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행정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국세행정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며 경제·조세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세행정 개혁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조세에 대한 이해가 납세의식 제고의 기본전제가 됨을 인식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홍보전략을 수립, 납세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조사 결과 조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납세자가 납세순응도도 높았고, 세무신고시 정직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밖에 납세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의 납세자인 초등학교부터 조세의 기능과 역할, 납세의무 등 세금관련 내용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의식조사 결과도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의식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지로 조사결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젊을수록 납세의식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 젊은 층의 납세순응도가 저조하고 성실납세에 대한 의식이 부정적인 사실은 장차 우리 사회의 조세정의 구현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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