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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기획연재 세관야화-22]세관과 보석

브로커통한 보석암거래 다반사 2兆시장 형성…감정서 발행까지


60년대까지 결혼예물이면 금·은반지가 주종을 이뤘고 조금 형편이 낫다싶으면 백금반지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80년대에 접어들면서 3부짜리 다이아몬드반지가 유행하고 오메가, 로렉스시계가 결혼예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예물까지 수입제를 선호하는 일부 몰지각한 상류층에서 주도했는데 결국 세관과의 쫓고 쫓기는 보석 밀수가 아직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우리 나라에서 보석은 사치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여타 인기상품처럼 터놓고 홍보할 수도 없다.

정식으로 보석이 수입되지도 않았는데 80년대 중반에만 한해 동안 2천억원이 넘게 밀거래됐다. 단일상품으로는 아마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견해가 전문가들은 물론 세관 직원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거래되는 보석 대부분이 밀수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규모가 놀랍게도 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유통과정이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서울, 지방 할 것이 없이 시내 중심가 금은방에서는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세금영수증은 물론 감정서까지 발급하고 있다.

대부분 밀수로 들여 온 보석은 중간상인들에 의해 거래가 시작되는데 부정사치품이라는 성격 때문에 여러 단계의 중간 브로커를 통한 암거래가 비일비재하다. 보석류가 다른 상품보다 중간상이 많은 것은 밀수품이기도 하지만 그 유통구조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고 비정상적기 때문이다.

부피가 그렇게 크지 않은 귀금속이나 보석의 밀수방법은 날로 지능화·다양화돼 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구두 뒤축이나 허리띠 속에 넣어 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고 치약이나 통조림, 비누, 화장품, 인형속에 교묘히 감추기도 한다. 심지어는 살이 깊숙이 들어간 배꼽, 항문 등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이용, 반입을 시도한다.

보석 밀수 성행은 국내 보석가격이 국제시세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국내외 가격차는 결국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밀수업자들은 높은 마진을 붙여 국내가격을 조작한다. 또 이같은 가격차 조작 이외에도 여러 상품 중에서 단위 체적당 가격이 가장 비싼 물품이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특징도 한 원인이다.

한편 보석류를 정상가격으로 반입할 경우, 관세(1백%) 특별소비세(1백%) 부가세 방위세 등을 모두 합쳐 3백60~4백%의 세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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