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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21. (토)

[연재]조세피난처 진출법인에 대한 과세정책-(5)

강경숙(姜京淑) <서울반도체 회계팀 차장, 공인회계사>


아시아에서 총괄적인 e-Business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종합 e-Business 솔루션 업체인 리타워텍은 2000.7월에 13억4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자금은 3시간만에 아시아넷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으로 다시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와 같은 사실만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리타워텍의 주주가 되고 리타워텍은 그 자금을 활용해 아시아넷을 인수했을 것으로 추측되나 실제로는 아시아넷과 리타워텍의 주식 맞교환(stock swap)이 있었던 것이다.

먼저 그레이하운드라는 서류상의 회사가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로부터 13억4천만달러를 대출받았다. 그레이하운드는 그 자금을 버뮤다에 소재한 아시아넷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데 사용하고, 아시아넷은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한국의 리타워텍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신주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명목상 외국인 투자가 이뤄졌다. 리타워텍은 신주를 양도한 대가로 아시아넷으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그레이하운드가 보유한 아시아넷의 신주를 인수했고, 그레이하운드는 그 자금으로 리만브라더스의 융자금을 상환한 후 해체됐다. 리타워텍과 아시아넷은 리타워텍의 주식과 아시아넷의 주식을 교환해 각자 보유한 아시아넷의 주식을 소각했으며, 아시아넷은 리타워텍에 완전히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13억4천만달러의 자금은 아시아넷과 리타워텍의 주식 맞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잠시 활용됐을 뿐이며, 실질적인 자본의 유ㆍ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리타워텍의 사례는 조세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는 그것이 조세피난처에 대한 투자라는 점이다. 비록 자금의 이동은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버뮤다의 아시아넷이라는 회사가 한국 기업인 리타워텍의 자회사 또는 사업장이 됐다는 점에서 이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 우리 나라 투자자의 조세피난처에 대한 투자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최근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97년에는 총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가 됐으며, '99년에는 3.8%, 리타워텍의 경우가 포함된 2000년에는 36.7%로 크게 증가했다.

리타워텍 사례의 두번째 시사점은 다양한 형태의 국제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적인 자금의 이동이 없어도 외국인 투자와 해외투자가 동시에 발생해 서로 상쇄하는 자본거래가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으며, 이를 막을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즉 국내 기업이 국내에 사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본사를 조세피난처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며,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기업이 먼저 조세피난처에 투자하고 다시 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우회투자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자본거래가 빈번해질 경우 국내 세원이 잠식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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