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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2. (수)

"떠날 땐 말없이 떠나야지, 요란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올 때처럼 조용히 떠날까 합니다."

 

국세청 역사와 함께한 39개 성상동안 국세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온 차수창(59) 부산진세무서장이 29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직원들에게 '고별 메시지'를 보내고 정든 국세청을 떠났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쳐 일하고 정년퇴임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존경을 받을만하며 퇴장도 영광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차 서장은 퇴임식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퇴임식을 왜 안하는가'라는 물음에 차 서장은 "요즘 경기도 힘들고 어려운데 바쁜 사람들(?)을 불러서 번잡스럽게 할 필요가 뭐 있냐"며 "올 때처럼 조용히 떠날까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직원들은 "퇴임식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했지만 그는 퇴임식과 퇴임만찬 준비를 일절 않도록 미리부터 신신당부를 하며 "조용히 떠나겠다"고 밝히고, 직원들에게는 본인의 좌우명으로 삼던 내용을 적어 이메일을 보내고 퇴임사를 대신했다.

 

차 서장은 "40년 가까이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내오면서 미력하나마 국세행정 발전을 도모하면서 대가 없이 명예롭게 오늘을 맞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진작부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날 생각이었다"고 얘기했다.

 

이같은 성품이 잘 드러나는 몇 가지 일화가 있다. 차 서장은 업무에 시달리거나  집안일로 고민이 많아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격의 없이 소주파티를 열어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시험합격,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챙겼다.

 

부산진서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평생을 낮은 자리에서 아이의 순수함으로 이웃과 사회를 돌보아 온 세상에 흔치 않은 큰 어른"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사람에 대한 정이 각별히 극진했고,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넉넉한 품성하며, 직원들의 장점만 찾아서 칭찬해 주고 검소한 생활태도를 지녔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업무에서도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적인 노력을 다해 국세청장표창 3회, 재정경제부장관 표창과 2003년 3월에는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국민훈장 근정포장을 받았으며 부산진세무서는 지난해 체납액 정리실적 전국1위(2군 세무서)를 차지했다.

 

직원들에게 조금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는 깊은 배려의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퇴임식 없이 후배들을 격려하고 국세행정 현장에서 조용히 떠나는 자체가 참으로 보기 드문 감동적인 장면으로 마음에 영원히 남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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