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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30. (수)

내국세

"OECD 디지털세 합의 실패 대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논의 필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각 국 독자적인 디지털세 추진으로 통상분쟁 우려
소비재 제조기업 범위 최소화·과세권 배분위해 협상 적극 참여도 강조

OECD 디지털세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 국의 독자적인 디지털세 추진으로 국가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통상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1일 ‘OECD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OECD 디지털세 논의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다자간 조약형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세체계가 마련될 수 있으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 국의 독자적인 디지털세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OECD 디지털세 합의 및 실패 두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고 동시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OECD는 지난달 29·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F총회에서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을 발표하고 ▷고정사업장과 같은 물리적 실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시장 소재지국의 과세권을 인정하는 통합접근법 ▷세원잠식 방지를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 등 2가지 접근법으로 구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통합접근법은 다국적기업의 총 소득에서 시장 소재지국별 소득을 구분해 고정사업장과 같은 물리적 실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준 매출을 초과할 경우 과세권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시장소재지국 내 매출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다국적기업의 물리적 실재가 없더라도 그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한다는 것. 전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국가별로 과세권을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의 특정 이익이 글로벌 최저한세율 미만의 실효세율로 과세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다국적기업 소득에 대해 특정국가에서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낮은 수준으로 행사하는 경우 상대방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소득산입 ▷과세권 전환 ▷세원잠식 비용 공제 부인 ▷조세조약 혜택 배제 등 4가지 규칙에 따라 그 소득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 과세하도록 합의했다.

 

해외 자회사 소득이 최저한세 이하로 과세되는 경우 최저한세율까지의 소득을 모회사 과세소득에 포함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중 비과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국외원천소득(이자, 배당금 등)에 대한 과세권을 거주지국으로 전환하고, 해당 기업이 원천지국에 납부한 세액은 세액공제한다.

 

OECD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은 디지털 기업 이외에 소비재 제조기업도 과세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과세전가 문제(다국적기업이 아닌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세부담 증가) △일반적 과세원칙과 불일치(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세 부과) △초과이익 및 고정이익 산출 방식에 대한 불만 △글로벌 최저한세율의 기준에 대한 의견 불일치 등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에 대한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

 

OECD는 올해말까지 디지털세 최종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으로, 7월에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 회의에서 디지털세의 과세율, 과세기준과 같은 구체적인 과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OECD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이 계획대로 IF 총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연말까지 최종안에 대한 컨센서스가 도출될 경우, OECD 디지털세는 다자간 조약형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OECD 디지털세 합의가 이뤄진 후 디지털세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국내법 및 조약 개정 등을 추진하는 일정을 고려할 때 2~3년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OECD 디지털세 최종안 합의에 실패할 경우 세수를 확보하려는 국가와 이에 반대하는 국가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 강행에 미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대응하려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봤다.

 

오태현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 유럽팀 전문연구원은 "OECD 디지털세 논의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작업반회의 및 기타 정부간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합의도출 실패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작업반회의를 통해 세수확보 및 기업의 조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우리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 연계해 공동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세 과세대상에서 소비재 제조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면제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OECD 디지털세가 새로운 통상분쟁의 근원 또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탄생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평가 속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국내 조세제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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