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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10.01. (화)

[시론]지방세 분류방식 개선해야

안종석(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지난 정권 초기에 부가가치세의 10%를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다가 중지하고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했는데, 정권이 바뀐 후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필자가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지난 정권에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부처간 의견이 대립돼 있을 당시 대통령께서 '부가가치세 10%를 지방으로 이전해 만든 지방소비세가 지방교부세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셨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후 지방소비세 도입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정부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해 지방재정을 확충했다. 이러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자 똑같은 내용의 지방소비세 도입안이 제기되고 그것이 지방분권화의 핵심 요소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본 결과 지방세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 대 2인데, 지출의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교육자치단체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재원의 비율은 4 대 6이다. 즉, 지방은 자체적으로 징수한 세금보다 많은 재원을 사용하는데, 그 차이는 중앙정부에서 징수한 세금 중 일부를 지방에 지원함으로써 보충한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이전재원은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해 징수한 세금이므로 세금을 납부하는데 따른 주민의 고통에 대한 책임은 모두 중앙정부에서 부담하게 된다. 한편 재원의 사용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납세에 다른 주민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지역에 대한 재정지출 재원을 국가에서 조달하는 경우 비용을 전국민이 나눠 부담하는 결과가 나타나므로 지자체는 가능한한 해당 지역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국세:지방세 비율과 사용재원의 중앙:지방 비율의 격차가 너무 크게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양자의 격차가 매우 큰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세를 확충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해 지방세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의 기본 논리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요한 허점을 갖고 있는데, 지방세는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주민의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징수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법률상 16개 세목의 지방세가 있는데, 그 중 11개 세목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량적으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다른 세목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지방교육세는 지방세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자유도 갖지 못한다. 호주에서는 부가가치세(GST)를 국가에서 징수하지만 세수입을 모두 일정한 공식에 따라 지방에 배분하므로 지방세로 간주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분류방식을 개편해 국세로 변경했다. 일본에서는 소비세의 20%가 지방소비세인데, 이를 국가에서는 지방세로 간주하지만, 세수입의 2분의 1을 배분받는 시정촌의 경우 예산분류상 의존재원이다. 

 

이와 같이 법률상 또는 통계분류상 '지방세'로 간주되는 세목들에는 지방에서 과세자주권을 가지지 못하는 세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므로 이를 모두 통틀어 과세자주권이 보장된 지방세로 보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중요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부가가치세의 10%를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표를 근거로 각 지방에 배분하는 지방소비세는 지방에서 과세자주권을 갖는 세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비세로 인해 국세:지방세 배분비율이 변화되고 이를 근거로 지방재정의 책임성이 개선됐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추후의 개선 가능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OECD에서는 지방의 재량적 권한에 따라 지방세를 세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지방세를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세분하고, 세분된 분류를 활용해 지방재정지표를 만들어 정책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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