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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06. (금)

경제/기업

특구 1천개 육박…"유사 특구 통·폐합하고, 원점서 개혁해야"

대한상의 조사, 전문가 8%만 "특구 잘 운영" 답변

유사 특구 많아 차별성 떨어지고 제도 역량 분산

정주환경 개선, 세제혜택, 기업 맞춤 지원 등 필요

 

우리나라 특구가 올 연말 1천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눠주기식 특구 지정을 지양하고 전체 특구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대학 교수, 민·관 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 등 지역경제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구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나눠주기식 특구 지정을 지양하고 집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현행 특구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76%는 특구제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질문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22%였으며, 2%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인프라 구축 및 정주여건 개선, 기업투자 유치 촉진 측면에서 특구제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성과가 좋은 특구제도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포항 규제자유특구 등을 꼽았다.

 

반면 현행 특구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전문가 44%는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보통이라는 응답은 48%였다.

 

이같은 원인 중 하나로 지역별로 나눠주기식 특구 지정이 지목됐다. 제도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

 

류승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가 많다 보니 동일 산업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특구가 추진되고 기업·투자 유치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제도가 복잡해 기업이 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행정비용 등 전반적 관리비용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특구제도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 유사 특구제도의 통·폐합(88%)을 첫손에 꼽았다. 기업 수요 맞춤형 특구제도 발굴(42%), 세제특례 정비·확충(40%), 정주환경 개선(32%), 기존 특구제도 간소화(22%), 규제특례제도 정비·확충(22%) 등이 뒤를 이었다.

 

박철우 한국공학대 교수는 “지난 6월 출범한 기회발전특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이후 다른 특구들을 기회발전특구와 연계하거나 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투자촉진특별법(지촉법)이 빨리 통과돼 기회발전특구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구제도가 갖춰야 하는 요소로는 정주환경 개선(50%)이 가장 많이 꼽혔고. 세제특례 정비·확충(40%), 유사 특구제도의 통·폐합(40%), 기업 수요 맞춤형 특구제도 개발(40%) 등이 뒤를 이어 입주기업 관점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향후 특구정책 추진에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 민간부문(기업·경제단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정석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센터 박사는 “부처, 지자체, 기업,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는 특구제도의 특성상 중앙정부의 조정·조율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유사 특구제도들을 통합 및 간소화하고, 통합적·유기적으로 특구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하위 지역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고려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단위로 특구가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민간 부문은 민·관협의체 등 창구를 통해 특구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성훈 대한지리학회장(강원대 교수)은 “실제 수요자(기업)의 니즈 중심으로 특구제도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며 “전체 특구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특구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개별 기업 맞춤형 인센티브 개발, 정주환경 개선 등 지역주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에 재정·정책 등 제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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